“불교는 내 삶의 밑거름이고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108배를 한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총선자료에는 종교가 없다고 기입했다.”
지역구가 경남인 한 제17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표’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불교라고 밝히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계종의 신행단체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했던 B당선자, 불교단체 대표를 지낸 C당선자, 신행단체를 창립한 D당선자…. 이들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이력서 종교란에 ‘무교’ 또는 ‘없음’이라고 썼다.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이들은 “기독교인들이 출마자의 종교에 민감한 편이고, 그렇다고 불교인들이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니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불교계의 무관심을 원망하기도 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자신의 종교를 감춘 것은 일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종교를 불교라고 밝히고도 국회에 진출한 28명의 당선자가 있다는 사실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종교를 속인 것은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일이고, 또한 유권자를 속이는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종교를 불교라고 밝히지 못한 당선자들이 부처님 앞에 떳떳한 참불자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