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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연잎을 풀고 연잎을 빚고 철사틀에 종이를 붙이는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올해는 자원봉사자들이 도맡아 왔던 연등 만들기에 장애우들도 팔을 걷고 나섰고, 반야원이 위치한 동부면 인근 마을 주민들도 틈나는 대로 일손을 보태고 있어 의미를 더한다. 주민들은 등 만드는 울력 동참은 물론 반야원 후원을 위해 기꺼이 등을 달기도 한다. 반야원이 피하고 싶은 장애시설이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하는 생활 복지 시설로 자리를 잡았다는 반증이다.
섬세한 솜씨가 필요한 연잎 빚기가 시작되었다. 연잎을 생전 처음 빚어보는 원생들의 서툰 솜씨 탓에 실패작이 많았지만 자원봉사자와 이웃 어른들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아이구, 참 잘 했네. 또 한번 해볼까?" 자원봉사자들의 눈엔 정신지체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연잎 만들기에 나선 것 자체가 대견스러울 뿐이다. 10년째 반야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둘자(50 동부면) 보살은 "올해 처음으로 다함께 연잎을 빚는데 원생들이 너무 잘한다"며 "마을 할머니들도 틈나는 대로 와서 도와주시고 마을 잔치 준비하는 것처럼 즐겁다"고 웃어 보였다.
14일 자원봉사자, 마을 주민, 원생들이 대거 참석하는 연등 만들기 행사를 기점으로 20일까지 300개의 연등을 만들어 법당에 달게 된다. 건물 외벽과 내부에 7백 개에 이르는 등을 달아 환하게 불을 밝히면 거제 동부면 마을의 봉축 준비는 막바지에 이른다. 26일, 반야원 법당에서 원생들이 올리는 육법공양으로 시작될 봉축 법요식만 남겨 놓은 반야원의 봉축 준비는 한자리에 둘러앉아 마음을 나누며 연꽃등을 만드는 사람들의 손가락 끝에서 붉게 무르익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