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좌부(남방)불교 이해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청정도론(위숫디막가, Visuddhimagga)>의 팔리어 원문이 국내 최초로 번역되어 나왔다.
<청정도론>은 부처님의 직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경장(經藏)인 4부 니까야(디가니까야, 맛지마니까야, 쌍윳따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에 대한 주석서다. 425년 경 인도출신의 붓다고사(Buddhaghosa) 스님이 편찬한 이 책은 방대한 불교교리 가운데서 가장 중요하고 반복해서 나타나는 가르침이나 문장들을 계ㆍ정ㆍ혜의 주제 하에 일목요연하게 해설하여 초기불교에 대한 밑그림을 완성한 것이다. 이처럼 <청정도론>이 초기 경전 해설의 기초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문장의 까다로움으로 인해 번역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초기불전연구원장 대림 스님이 번역 출간한 <청정도론>에서는 600여 쪽이 넘는 원문에 1천여 개에 달하는 상세한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돕고 있다. 100쪽에 이르는 해제에서는 <청정도론>의 성립 배경과 의의, 상좌부불교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성격 등을 설명한다. 또한 1956년 발간되어 <청정도론>에 대한 최고의 번역서로 인정받고 있는 냐나 몰리 스님의 영역본인 에서 잘못 옮겼거나 애매한 부분 90여 군데를 지적하고 바로 잡음으로써 좀 더 부처님의 원음(原音)에 가까이 다가서려 노력했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은 발간사에서 “<청정도론>은 팔리 삼장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노둣돌입니다. <청정도론>에는 팔리 삼장에 나타나는 거의 대부분의 단어와 술어들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팔리어 사전에 등장하는 단어가 대략 1만3천개 정도인데 <청정도론>에 등장하는 단어만도 약 1만1천여 개에 달한다”며 “본원에서는 <청정도론> 발간을 계기로 대부분의 팔리 어휘와 술어를 통일하게 됐으며 조만간 이를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책을 번역한 대림 스님은 인도 뿌나대학 산스크리트어과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청정도론>의 주석서인 <빠라맛타 만주사>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년 전 ‘팔리 삼장의 한글 완역’을 설립취지로 초기불전연구원을 개원하고 초기불경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대림 스님은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으로 불교학자와 수행자, 위빠사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불자들을 꼽는다. 초기경전이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청정도론>은 부처님 법을 정확히 해설하려는 아비담마와 실제 수행체계인 위빠사나를 이어주는 수행 지침서입니다. 남방에서 아비담마를 중시하는 이유는 아비담마가 위빠사나 수행의 근본 골격을 이루는 완벽한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남방의 스님들은 아비담마가 위빠사나요, 위빠사나가 곧 아비담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초기불전연구원이 지난 2002년 출간한 <아비담마 길라잡이>가 아비담마의 가르침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교학의 지침서라면 <청정도론>은 아비담마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에 적용되고 있는가를 심도 깊게 밝히고 있는 수행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정도론> 출간을 시작으로 초기불전연구원은 2008년까지 4부 니까야인 <디가니까야>, <맛지마니까야>, <쌍윳따니까야>, <아굿따라니까야>를, 2013년까지 율장 <위나야 삐따가>와 논장 <아비담마 삐따까>를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한편 초기불전연구원은 5월 18일 오후 2시 서울 송현클럽에서 출간기념 법회 및 강연회를 개최한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각묵 스님이 ‘놓치고 있는 수행의 핵심’을 주제로 최근 확산되고 있는 수행과 명상에 대한 관심을 짚어보는 시간이 마련된다.(02)391-8579
청정도론
붓다고사 스님 지음, 대림 스님 옮김
초기불전연구원
전3권
각권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