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에서는 외형에 집착해 상업화의 그늘에 묶여버린 빗나간 웰빙열풍에 대해 진단했다. 그리고 그것이 껍데기에 치중한 헛바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다면 진정한 웰빙이란 무엇일까?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견지해야 할까? 이번 기획에서는 진정한 잘 먹고 잘 살기를 실천할 수 있는 ‘웰빙의 핵심 정신’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웰리빙(Well-Living)이 아닌, 웰빙(Well-Being)인 이유는 무엇일까. Living은 ‘삶’ 정도로 풀이되는 ‘생활의 문제’이고, ‘Being’은 ‘존재함’으로 해석되는 일종의 철학 문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웰빙을 ‘잘 먹고 잘 살기’라는 ‘생활’의 의미로 받아들임에 따라 물질적 풍요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 어긋난 웰빙 열풍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동안 간과해 왔던 웰빙 ‘정신’과 ‘철학’을 고민해야 할 때다.
웰빙 정신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흔히 “우유를 먹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비유를 사용한다. ‘우유’는 최근 인기가 치솟고 있는 웰빙 상품의 대명사로, ‘우유먹기에 집착하는 사람’은 웰빙 껍데기에 취한 웰빙족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한 우유, 좀 더 질높은 우유를 택하기 위해 갖은 소비와 투자에 목이 말라있지만, 그들은 결코 웰빙의 핵심을 얻을 수 없다. 맑은 공기와 노동의 땀방울로 일군 건강은 그 어떤 물질로 얻는 건강보다 귀하고 값지다. 물질의 지향은 물질로서 마감될 뿐, 정신의 평안 및 안녕과 합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웰빙의 핵심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명상’에 관한 예를 들어보자. 웰빙족은 명상을 통해 마음의 건강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관심은 수많은 명상센터의 확장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휴대폰이나 학습기를 통해 특정 뇌파를 유도함으로써 ‘명상의 상태를 조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명상으로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평화 혹은 자각이 그 궁극의 목적이겠지만, 이는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들을 섭렵함으로써 심신건강의 왕도를 지키겠다는 자세와 다를 바 없는 시도다. 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과 최연실 교수는 “웰빙은 궁극적으로 정신적 행복에 이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자본을 투자해서 물질적으로 어떤 ‘조건’을 만든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누려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웰빙은 지극히 궁핍한 상태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웰빙의 대명사로 각광받고 있는 ‘유기농’ 음식붐도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유기농 음식의 매출이 늘고 있는 이유는 화학성분에의 거부 의사를 반영한 결과다. 유기농은 웰빙의 ‘친환경’ 정신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밥 굶고 속 조리면서 일반 채소의 2~3배를 호가하는 유기농 채소를 구입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상 식품의 재배와 유통 과정에서 친환경 개념의 실천이 일반화돼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웰빙은 자연주의와 그 맥락이 닿아있다. 그 같은 사상은 구체적인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귀농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부터 DIY(Do It Yourself, 직접 만들기) 풍조를 반영, 천연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예에 이르기까지 그 사례는 다양하다. 무등골 비누만들기(cafe.daum.net/mdsoap) 운영자 유영월 씨는 “2만원이면 무공해 천연 비누 10장을 만들 수 있다”며 “과정이 조금은 더디다 할지라도 환경수호와 소욕 실천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 바로 웰빙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에서도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실장은 “현재의 웰빙문화는 산업의 대체이지 환경보존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왕이면 친환경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려는 시도는 보이지만, 공기청정기 자체가 필요없는 사회 건설에는 무감하다는 얘기다. 최 실장은 “개인의 웰빙이 사회적 웰빙으로 이어져야 웰빙의 진정한 의미가 실현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