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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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학결집대회 성료
결집(結集·sangiti)은 축제였다. 수천 년 전 인도에서 있었다는 4번에 걸친 결집이 불전을 올바르게 편찬하고 평가하기 위한 불자들의 축제와 같은 모임이었다면, 21세기 한국에서 불교학자들이 결집하는 것은 이 시대의 불교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즐거운 만남이기 때문이다.

불교를 공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학문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기회를 준 제2회 한국불교학결집대회(대회장 종범)가 5월 2일 종림 스님(고려대장경연구소장)을 3차 대회장, 이중표(불교학연구회장) 교수를 조직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회를 마친 종범 스님은 “이번 대회에 수많은 국내외 학자들이 참여해 학문적 성과가 컸다”고 평가했다. 이어 종범 스님은 “이번 대회를 통해 불교학의 3가지 과제를 발견했다”라며 “불교학의 관점에서 현대 문명의 문제를 고찰하는 불교학, 사람들의 생존과 인생에 도움을 주는 불교학, 승가학이 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한국 불교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결집했던 1회 대회와 비교해 40여명의 외국학자들의 논문이 발표돼, 한국불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여명 이상의 학자들이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 결집대회 발표논문

결집대회에 제출된 논문을 최근 불교학계의 흐름을 알게 하는 단초다. 정해진 주제 없이 논문을 발표하지만, 174편의 논문 주제는 ‘지금-여기’있는 한국불교학자들의 관심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1회 대회에서 원효 사상이 하나의 분과로 발표된 반면 올해 2회 대회에서는 조선시대 불교에 대한 연구와 한·일 불교의 교류사, 응용불교 관련 논문이 늘었다. 특히 응용불교의 경우 1회 대회 때 1개 분과였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3개 분과로 늘어났다. 이는 불교학이 학제간연구로 외연을 넓히고, 학문적 연구대상이 아니었던 분야가 학문 영역에 포함되는 경향을 보여줬다. 다음은 결집대회에서 발표된 흥미로운 논문들을 요약했다.

△ <신라백지묵서화엄경>에 나타난 측천무후자 연구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사경인 국보 제196호 <신라백지묵서화엄경(755년 사경·이하 화엄경 사경)>에서 발견되는 측천무후자는 모두 13가지이며, 이를 통해 국보 제196호 화엄경 사경이 중국에서 <화엄경>을 한역했던 당시(695~699)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사경임을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 박상국 실장은 ‘<신라백지묵서화엄경>에 나타난 측천무후자 연구>’에서 이같이 밝히며, 다른 문헌과 비교해 측천무후자가 사용된 비율이 매우 높아 측천무후 연구에도 기여할 중요한 자료임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측천무후자는 중국 유일의 여황제인 당나라 측천무후(625~705)가 새로 만든 글자로, 정확히 몇 자인지는 확실치 않으며, 12자에서 19자까지 학자마다 주장이 다양하다.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서도 4자의 측천무후자가 발견되면서 국내에서는 관심을 갖게 됐다.

이 화엄경 사경에 나타난 측천무후자는 ‘初’ ‘年’ ‘月’ ‘日’ ‘星’ ‘正’ 등 모두 13자로 이들 모두 현재의 모양과는 사뭇 다르다. 측천무후자 관련 자료가 희귀한 상황에서, 이 화엄경처럼 13종의 측천무후자 대부분이 80% 이상의 비율로 발견되는 자료는 더욱 드물다는 것이 박 실장의 설명이다.
또 박 실장은 “일본 정창원(正倉院)에 있는 화엄경 사경(768년)에는 측천무후자가 전혀 발견되지 않지만, 단 14년 앞서는 이 화엄경 사경에서는 측천무후자가 듬뿍 담겨있다”며 “당시 신라사경의 위상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 하정용(송광사 성보박물관) 연구원의 ‘<삼국유사>의 성립과정에 대하여’

송광사 성보박물관 하정용 연구원은 <삼국유사>의 간행시기와 편찬자, 이후의 목록변화 등 지금까지 <삼국유사>에 대한 일반의 통설을 뒤집는 논문을 발표했다.

하 연구원은 ‘<삼국유사>의 성립과정에 대하여’라는 논문에서 “<삼국유사>는 일연의 미완성작으로 고려시대에 간행된 바 없다”며 “여러 가지 문헌을 분석해 본 결과 조선시대 초에 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삼국유사>의 편찬연대는 ‘미상’이나 ‘1281~1283년(충렬왕 7~9년) 사이’로 보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 연구원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이체자 가운데 ‘旨(지)’는 1390년에 간행된 문헌에서만 등장하기 때문에, 이 이체자를 통해 간행시기를 엿볼 수 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이외에도 <삼국유사>에서 고려본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일연의 제자인 청분의 ‘무극기’에 <삼국유사>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은 것을 보아 무극기가 세워진 1322년 이후에 간행된 점 등을 이유로 밝혔다.

또 하 연구원은 “<삼국유사>는 일연이 혼자 쓴 것이 아니며 일연 이후 보충된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국유사>의 권제5에만 일연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책의 내용이 중복되거나 지시하는 부분 등에서 일관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하 연구원은 <삼국유사>의 구성 순서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 곽상훈(동국대 박사 수료) 신부 ‘마라와 사탄의 비교고찰’

실제 가톨릭 신부로 동국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곽상훈 신부는 ‘마라와 사탄의 비교고찰’에서 두 종교의 대표적인 악을 비교했다.

곽 신부는 “초기불교와 초기 그리스도교는 유일신에 대한 판이한 견해 등 두드러진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악의 체험에서 유사성을 보인다”며 “정법의 정각, 신과의 합일을 훼방 놓는 마라와 사탄은 부처님과 그리스도가 제압하면서, 인간을 해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두 종교 사이에 문헌상의 영향이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악의 체험의 유사성은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또 마라는 윤회 속의 존재로 업의 결과를 거둬 무상과 미애를 면할 길이 없고, 사탄은 그리스도의 권세에 의해 파멸하는 궁극성이 결핍된 존재라는 공통점도 지닌다.

그러나 곽 신부는 “사탄의 거처가 죽음이 지배하는 낮은 곳인 반면 마라는 대단한 권세, 영향력을 지녀 둘의 위상이 다르고, 마라는 수행과 통찰력의 함양으로 대항할 수 있지만 사탄은 공동체에 참여하는 체험으로 극복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차이점도 덧붙였다.

△ 최훈동(한별정신병원) 박사의 ‘불교의 무아사상에 대한 신경정신의학적 고찰’ 등

정신과 전문의인 최훈동 박사가 불교 무아사상의 정신치료적 가치를 고찰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최 박사는 “불교와 정신치료는 믿음에 의하지 않고 성찰을 통해 고통을 내면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정신치료에서는 자아의 역할이 필수적인 반면 불교에서는 번뇌의 근저에 자아의 실체를 고집하는 것이 고통의 원인”이라고 정리했다.

즉 정신치료는 지적 이해가 아닌 정서적 깨달음으로 치료의 변화를 가져오고, 불교는 관념적 이해가 아닌 체험적 깨달음에 의해 고통에서 벗어나는 점에서 일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신치료와 불교의 깨달음이 자기자신을 객관적이고 중도적으로 바라보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는 것도 유사점이다.

그러나 최 박사는 “자아의 근거마저 통찰해가는 불교는 깊이에 있어 정신치료를 뛰어넘지만,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을 통찰하는 수준은 정신치료가 보다 탁월하다”며 “심리적 원인과 조건을 깊이 분석해 들어가는 정신치료는 사념처관의 심념처와 법념처 수행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라며 정신치료의 장점을 강조했다.

최 박사는 “정신치료는 고통의 근원적 해결로 아집에 대한 연기적 성찰을 불교로부터 도입해 정신치료의 깊이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연구과제도 제시했다.
오유진 기자 | e_exist@buddhapia.com
2004-05-02 오후 9:15:00
 
한마디
글쎄요,위 3편의 논문을 선정한 관점이 무엇일까요? 결국 기자의 관점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승려가 아닌 신부가 불교를 연구한다든가 하는..하지만 그 수준에 대해서는 토론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측천무후자애 대해서는 이미 수 많은 논문이 발표되었고..<<삼국유사>>에 대한 글은 신선한 듯 합니다만..쉽지는 않겠지만..향후 선별기준은 기존 학설에 대한 반론이나 새로운 학설 등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봅니다.
(2004-05-11 오후 11: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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