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릴 위기에 처한 ‘최순우 옛집’을 되살린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안동의 ‘한 가족 한 문화재 가꾸기 운동’, 전국 각지로 문화재 답사를 떠나며 ‘문화재 찾아 삼만리’에 여념 없는 시민들…. 이들을 문화재보존에 발 벗고 나서게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4월 28일 ‘문화유산보존 및 활용정책에 대한 시민참여 확대방안 공청회’에서 시민참여 사례를 발표한 권두현(안동대 민속학과 강사·안동문화재지킴이) 씨는 "문화재 보존과 보호를 넘어 문화재로부터 얻는 ‘감동’"이라고 주장했다.
권 씨가 근거로 제시한 사례는 모두 세 가지. 문화재현장에서의 예술공연과 안동문화재지킴이, 한 가족 한 문화재 가꾸기 운동이다.
이들 세 사례 모두 시민들이 문화재에 직접 접근해 문화재를 보고 느끼며 ‘감동’을 얻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권 씨는 “문화재의 가치는 감동의 문제”라며 “시민들에게 문화재의 가치는 지적 설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동 미속예술인총연합이 문화재현장에서 시도한 ‘성주풀이’ 공연은 안동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현장에서 문화재와 예술로부터 시민들이 직접 감동을 느끼게 하는 활동이다. 또한 문화재지킴이 활동은 문화재주변 청소로 시작되는데, 이를 통해 시민들은 문화재와의 물리적 거리를 좁힘과 동시에 감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안동의 시민참여가 활발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가족과 함께 하는 활동이라는 점이다. 1996년 만들어진 안동 문화재지킴이는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안동 문화 가꾸는 날’로 정해 ‘즐거운 문화재 소풍’을 떠나는데, 모든 회원은 가족단위다. 또 이벤트성 소풍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한 가족 한 문화재 가꾸기 운동’도 한 가족이 특정 문화재의 명예 관리인이 되는 제도다. 권 씨는 “이 시대의 문화재 소비주체는 여성과 아동이며, 이들이 가족단위로 문화재를 가꾸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설명하며 “또 가족이 지역 문화를 동시에 향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해, 지역문화운동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준다”고 밝혔다.
안동지역에서의 시민참여가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들 활동이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 문화재지킴이들은 매월 1회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문화재답사를 떠나고 있으며, 지역 신문에 매월 문화재를 소개하고 활동에 대한 지원을 받는다. 또 안동 시의회 의원들과 지역 농민이 참여하는 등 지역민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안동 지역의 시민활동 사례는 이날 공청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이끌어 냈다. 토론자로 나선 강임산(한국의 재발견 사무국장·궁궐지킴이) 씨는 “안동문화재지킴이는 문화재가 많은 안동의 지역적 특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 지역에서 보편화 시킬 수 있는 소지가 크다”라며 “그러나 접근성과 활용에 대한 논의는 문화재 사안별로 보다 세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흥선 스님(직지성보박물관장)도 “문화재의 감동과 접근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활용은 보존과 보호라는 전재가 유지된 다음에야 가능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화재를 향유할 권리에 대한 시민 참여방안이 논의된 가운데 흥선 스님은 의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정부의 문화재정책 집행과 불합리한 제도, 예산 운영에 대한 시민의 감시와 박물관 등에 대한 적극적인 후원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이행해야할 의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날 공청회에서는 문화유산 정책의 13가지 개선방안과 민간과 정부의 테스크 포스(TF) 팀 구성, 문화재 관련 행정단체의 통합 등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