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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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서 특강한 김수환 추기경
“성직자에게 은총으로 주어진 카리스마는 그가 이 세상과 인류를 위해 봉사할 때 본래의 의미가 발현될 것입니다.”

동국대 불교경영자 최고위 과정은 4월 28일 서울 앰버서더 호텔로 김수환 추기경을 초청, 21세기 지도자상에 관한 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강연에 나선 김 추기경은 “어느 국가나 단체나 단체이든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융성하게 되고 나쁜 지도자를 만나면 몰락하게 됩니다. 지도자를 잘 만나는 것이야말로 한 공동체의 운명과 직결돼 있다”며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는 세상에 봉사함으로써 권위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에는 은해사 주지 법타, 삼천사 주지 성운, 겁외사 주지 원택, 불암사 주지 일면 스님과 동산반야회 김재일 회장, (주)프레야타운 배관성 사장, 안홍부 감사원 법무담당관, 윤천수 불교아카데미 이사장, 윤청하 저작권심의조정위원장 등 불교 지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추기경은 계속해서 종교 지도자의 리더쉽과 봉사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의 권위는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봉사에서 나온다”며 “부처님의 자비와 예수님의 사랑은 세속적인 기준으로는 한없이 어리석고 힘도 없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정치 지도자에 대해서도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그가 있는지조차 모르게 만드는 통치자”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는 불행하게도 그런 지도자를 가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민에게 두려움을 일으키거나 근심을 안겨주는 부담스런 존재가 되어 왔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또 “20세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가치보다 수평적이고 다원정적인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가 됐다”며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비합리적인 사회는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이어 “새로운 정치 지도자는 독선과 배척이 아니라 사랑과 진리에 기반을 두고 국민들에게 봉사하고 진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미움과 편가르기를 한다면 민주주의와 정의는 우리를 억압하고 사회를 비인간화시키는 기제가 될 뿐이다”고 말했다.

1시간에 걸친 강연이 끝나자 김 추기경은 강의 수강생들과 질의 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최근 김 추기경이 촛불시위를 비판한 것 때문에 오마이뉴스를 비롯, 정의구현사재단의 함세웅 신부도 ‘시대에 뒤떨어진 분’이란 비판을 했다”는 질문에 대해 김 추기경은 “비판에 감사하고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강연에서 남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라고 답했다.

“진보와 보수 중 김 추기경의 색깔은 무엇이며 통일에 대한 비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김 추기경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보수 쪽”이라며 “자유민주주의를 기틀로 하는 통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세계 지도자인 부시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김 추기경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악순환만 가져온다”며 “이라크 사태가 꼬여가면서 부시는 벌써 수렁에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신 기자 | shanmok@buddhapia.com |
2004-04-29 오전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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