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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웰빙열풍
‘잘 먹고 잘 살기’, ‘몸과 마음의 건강’ 등으로 풀이되는 웰빙(Well-Being)을 주제로 특집기획을 연재한다. 빗나간 웰빙열풍, 진정한 잘 먹고 잘 살기, 불교적 웰빙이란 등의 기획을 통해 우리 사회의 웰빙문화를 진단하고, 유ㆍ무형의 불교문화를 일상에 풀어냄으로써 오도되고 있는 웰빙의 바른 자리를 모색하고자 한다.

지난 3월 26일 COEX 인도양홀에서 열린 ‘2004 웰빙페어’. 국내 75개 웰빙업체가 참여한 박람회장에는 한국에서의 웰빙바람이 헛말이 아님을 증명하듯 북적대는 인파로 가득했다. 공기청정기, 자연주의화장품, 유기농식품, 아로마 관련 상품 등 부스를 통해 소개되는 웰빙상품들도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나 전시장 내에서 소개되는 ‘웰빙문화’는 국내 웰빙붐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로마 관련 상품을 소개하는 부스에서는 아로마향을 첨가했다는 이유로 일반 상품 가격의 2~3배를 호가하는 상품들을 ‘웰빙의 필수제품’인 것인 양 떠들어댔다. 건강기구를 소개하는 코너에서도 수 십 만원을 웃도는 건강보조기구가 웰빙문화의 대명사처럼 소개됐다. 각각의 부스는 보다 ‘럭셔리해’ 보이기 위해 온갖 소품들을 이용해 내부를 치장했으며, 그 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한 20대 젊은 여성들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웰빙열풍은 사치풍조 및 상업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대상자의 능력이나 취향과는 상관없이 고가의 유기농 재료를 이용한 건강식이 ‘웰빙음식’으로 자리잡았고, 노동 강도나 근무시간과 무관하게 요가나 필라테스(요가와 스트레칭을 결합한 운동) 등으로 신체를 단련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소비는 또 다른 소비를 낳아, 요가수련을 위한 요가의상과 요가용품 수요는 불황도 모르고 연일 치솟는 추세다. 웰빙 전문지를 표방하는 잡지 <얼루어>의 박지선 편집장은 “건강을 중시하는 새로운 문화코드가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뜻하는 웰빙의 기본 개념이 ‘몸’의 건강에 치우친 데에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윤도경 교수는 “본래 웰빙 실천의 핵심은 마음에 달려 있으나 우리 사회 웰빙붐의 상당부분은 신체적 안녕에 쏠려있다”고 말했다.

그를 반영하듯 탄탄하고 균형잡힌 몸매를 강조하는 ‘몸짱’ 신드롬이 사회를 강타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몸만들기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다. 물론 운동으로 가꾸는 신체건강의 의미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돈벌어 본때나게 살아보자’ 식의 사고가 ‘건강’이라는 시대의 화두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외형에 치우친 웰빙 문화를 키운 데 있다.

그렇다면 웰빙족이 간과하고 있는 ‘마음 건강’의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웰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인 것이 또한 ‘마음 다스리는 명상’. 이에 따라 단월드(단학선원), 마음수련원 등의 명상수련센터는 이미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음과 관련한 심신수련의 문제도 상업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학선원에서 1년 6개월가량 수련한 박 모 씨는 “단월드의 한 ‘고급 수련 과정’ 비용은 12회당 250만원에 이른다”며 “건강상의 절박한 이유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비용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치고 있는 웰빙바람이 근사한 껍데기에 목마른 ‘헛바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높은 삶을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했지만 정작 남는 것은 정신적인 허기뿐이다. 아침저녁으로 명상을 생활화하지만 명상 이후의 시간은 경쟁사회가 낳는 스트레스에 지배당하고 마는 우리네 웰빙족. 술자리대신 아로마향과 함께하는 명상서적 탐독을 택하고 만족하지만 그것 역시 거죽만 끌어쓰는 웰빙라이프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이프 코치(life coach)인 탤렌 마이데너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끼니 때 마다 유기농을 먹고 저녁마다 요가를 하고, 주말마다 온천을 다니는 게 웰빙이 아니다. 웰빙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쓰느냐에 관한 것이 아니다. 웰빙은 어떻게 사느냐에 관한 다분히 철학적인 코드다. 웰빙은 말 그대로 존재(being)의 안녕이자 완성이다. 자기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이다. 몸과 마음이 행복한 삶이다.”
<웰빙으로 나를 경영하라> 中
강신재 | thatiswhy@buddhapia.com
2004-04-28 오전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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