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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 스님은 만암, 만공, 인곡, 고암, 우화, 서옹 스님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의 어른 스님들을 모시고 안거 정진했던 이력에서 보여주듯 한 치 어긋남 없는 수행력을 보여 만장일치로 방장에 추대됐다.
이날 방장 추대식도 평소 드러나지 않는 스님 성품에 따라 외부에 알리지 않고 문중 스님들과 함께 하는 간소한 자리였다. 대웅전에서 열린 추대식에서 백양사 고불총림 가풍에 따라 200여 문중스님들이 방장을 상징하는 불자와 주장자를 봉정하고 법문을 청해 들었다.
법좌에 오른 수산 방장 스님은
以佛見佛無異見(이불견불무이견) / 以法說法無別說(이법설법무별설)
佛法聞見總現成(불법문견총현성) / 當陽直下全超越(당양직하전초월)
(부처가 부처를 보니 달리 볼것이 없고 / 법으로서 법을 설하니 달리 설할것이 없다 / 불법을 듣고보니 모두가 드러나 이루어졌나니 / 마땅히 밝아서 곧바로 전체를 뛰어넘도다)
라고 법어를 내리고 ‘억’하며 크게 할을 한 후 주장자를 세 번 치고 법좌에서 내려왔다.
방장 주석처인 설선당에서 고불총림의 가풍과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 고불총림 방장 취임을 축하합니다. 고불총림 가풍은 무엇인가요.
- 고불 총림은 만암 대종사께서 해방후 식민지 불교청산, 민족정기 함양, 청정한 승풍진작을 통해 종지종풍을 면면히 이어가게 하기 위해 1947년도에 처음 설립했습니다.
백양사는 예부터 산강수약하여 재물은 적지만 엄격한 수행가풍으로 도인이 많이 배출되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청정한 승풍을 토대로한 ‘조사선 수행가풍’입니다. 수행을 위한 수행이 아닌, 평상시 생활 속에서 참사람을 구현해 내는 일상생활 속의 선 수행가풍입니다. 중생교화 속의 선수행, 가람수호와 종무행정속의 선수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중생과 괴리된 수행은 수행만을 위한 수행으로서 소승이라고 합니다. 중생교화와 함께하는 수행이야말로 대승이요 부처님의 참 뜻이요, 참사람운동의 본래 취지이며, 백양사의 가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향후 총림운영 계획은 어떤것인지요.
- 총림 운영은 방장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불총림 백양사의 전체 문도들이 만암 대종사와 서옹 대종사의 수행가풍과 유지를 받들어서 실현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서로 일심 화합하고 애사심을 가지면서 조사선수행 가풍을 면면히 이어나가 참사람 운동을 구현해 냄으로써 중생제도에 매진하여야 부처님과 중생의 은혜를 갚는 길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고불총림은 총림운영위원회에서 총림전체 문도들의 총의를 모아서 백양사의 가풍과 전통을 재확립하고 참사람 운동을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운영을 해 나갈 것입니다.
▲ 서옹 스님의 열반은 수행자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서옹스님이 평생 주창하셨던 ‘참사람 운동’은 무엇인지요.
- 참사람 운동은 서옹 대종사께서 조사선의 참뜻을 현대 물질문명사회를 구제하고 거기에 물든 현대인들을 제도하는 유일한 대안으로서 제시하고 주창하셨던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갈수록 물질문명의 노예가 되어가고 정신이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병든 사람들과 병든 사회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참사람 회복이라는 처방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참사람 운동을 멀리서 찾으려고 하지 않겠습니다. 나부터, 우리 백양사 문도들부터, 그리고 가까운 불자들부터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백양사의 청정한 조사선 수행가풍, 평상선 수행가풍을 이어나가도록 하면서, 백양사의 참사람 수련회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통해 참사람 운동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고불총림 백양사의 각 말사와 포교당이 적극적으로 참사람운동에 매진하는 도량이 되도록 독려해 나갈것입니다.
▲ 방장 스님은 불교의식은 물론 차(茶)에도 조예가 깊으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후학들에게 잘 전승시켜야 할텐데요.
- 예전에 백양사는 엄격한 수행가풍을 지키며, 스님들이 불교의식에 밝았었습니다. 제가 만암 스님을 모시면서 배워 여러가지 불교의식(복장의식, 점안의식, 전통다비의식, 생전예수재)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습니다.
요즘 출가승들이 너무나 불교의식을 도외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관심들을 가지지를 않아요. 수행하는데 의식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까지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불교의식과 의례 속에서 풀어지고 나태해지고 방종해지기 쉬운 우리의 마음을 다잡아나가고, 그 의식 가운데서 수행과 공부가 되어나가는 것입니다. 의식을 없애버리면 그 종교는 방종의 종교, 막가는 종교, 죽은 종교가 되는 것입니다.
고불총림 백양사는 예부터 불교의식을 잘 지키고, 예불의식이 장중하고 장엄하기로 이름 나 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그런 면모를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불교전통의식을 잘 지켜가는 도량으로서 확립해 나갈 것입니다. 그 한 방법으로서 염불원을 제대로 갖춰, 불교전통의식 교육원의 역할을 해나가도록 하려고 합니다.
▲ 고불총림은 수행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을 위한 포교에도 관심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 요즈음의 사찰들은 일반 재가자들이 매우 많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습니다. 찾아다니는 포교보다도, 찾아오는 사람만이라도 잘 포교한다면 우리 불교는 포교에 성공할 것입니다. 우리 불교계가 포교당 시설이 빈약합니다. 백양사 교구 관할지역에 거점별로 포교당 설치를 통해 참사람 운동과 포교활동을 해 나가도록 해 보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불자들에게 공부에 도움이 되는 한말씀 들려주세요
- 세상은 갈수록 물질 만능주의, 배금주의,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그러나 이와 같은 것들을 쫓아서 살게 되면 뜬구름을 쫓아서 허우적 거리며 사는 것 밖에는 안됩니다. 종국에 남는 것은 업(業)만 남게 됩니다. 밖으로 물질을 쫓아서, 명예ㆍ권력ㆍ부귀를 쫓아서, 오직 나만을 위해서 살던 자기 자신을 크게 한번 뒤집어서 안으로 여러분의 참 마음을 되돌아 보고 찾아 보십시오. 그리고 나와 남을 평등하게 대하고, 모두를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십시오. 물질ㆍ명예ㆍ부귀ㆍ권력 모두가 무상한 것입니다. 마음을 바로 쓰고, 자기자신의 참 모습을 깨달아 생사해탈 하도록 노력하십시오. 인생은 짧습니다. 삶에 있어서는 인과(因果)를 철저히 믿고 생활하며 마음을 바로 써 가십시오. 이렇게 하면 죽음의 순간에 닥쳐서 스스로 성공한 인생이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다 성불하여 불국토를 만들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