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3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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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불교 새 시각으로 바라보자"
“좋은 포교사는 설명하고 뛰어난 선승(禪僧)은 증명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훌륭한 저자는 영감을 줍니다. 이 책이 한국 선불교 전통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한국불교를 특징짓는 큰 요소 중 하나인 ‘선불교(禪佛敎)’. 보리달마로부터 시작돼 수천 년에 걸쳐 이어져 온 중국 선불교는 우리나라에도 전래돼 중국 이상으로 선풍을 진작시켰다. 중국 남종선을 수용한 구산선문(九山禪門)이 잇달아 문을 연 9세기 초와 법안종과 임제종 등이 도입된 고려시대 이래 한국 불교사에서 ‘선불교’는 커다란 줄기를 이뤄온 것이다.

그러나 해탈 스님이 펴낸 <선, 문밖에 나서다>는 이러한 ‘당연한’ 시각에 반론을 가한다. 기존의 학설이나 연구 방법론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 선불교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불교 내에서 진행되어 온 선불교에 대한 반성적 논의의 하나로, 사교입선(捨敎入禪)이라는 것도 교(敎)를 터득한 바탕 위에서 선(禪)의 호수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해탈 스님의 시각이다.

서문 격인 별식(別食) ‘오! 책이여! 너는 나에게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에서 스님은 “이 책은 중국 선불교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이어 온 한국 불교 전통에 대한 반성”이라고 말한다. 달리 말하면, 이 책의 주제는 한국 선불교의 우수성을 전제로 한 비판적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스님은 이를 ‘중국 선불교 다시 읽기 그리고 되받아 쓰기’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불립문자(不立文字, 문자에 의존하지 않는다)’, ‘교외별전(敎外別傳, 경전 밖으로 따로 전해진다) 등 우리가 선불교의 핵심 명제라 생각하는 것들의 허구와 실상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불립문자론이란 중국 불교가 인도 불교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한 가르침(方便之道)라는 것이다.

“중국 선불교의 수많은 선사들이 남긴 어록인 <선종전서(禪宗全書)>는 무려 100권이나 됩니다. 만약 선사들이 이러한 어록(문자)들을 남겨놓지 않았다면, 중국선의 세계는 부재할 것이고 우리는 결코 이 세계에 대해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실상이 이러한데 어떻게 언어의 역사성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인 불립문자를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문서 포교에 앞장서 온 것이나 송광사 지묵 스님이 해안 스님과 백성욱 박사와 함께 ‘금강경 해설의 삼대 법사’로 꼽을 정도로 <금강경> 연구에 매진해 온 것에서도 ‘언어의 숲을 지나지 않고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스님의 지론을 엿볼 수 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보리달마 이전의 선사상’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출가와 깨달음, 제자들에게 내린 가르침 등을 선어록을 통해 살펴본다. 2부 ‘선불교의 초기선사들’과 3부 ‘소주혜능의 제자들의 선불교’에서는 보리달마에서 육조혜능에 이르기까지 선불교의 초기 선사들과 육조혜능에 의해 뚜렷한 종파로 형성된 후 선맥을 이어 온 선사들의 선문답과 가르침을 짚어보고 있다. 책에서는 선어록의 본문을 풀이한 후 ‘착어(着語)’를 두어 이해를 돕고 있다. 해설에 수많은 아포리즘(aphorism,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을 인용함으로써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선사들의 선어록과 자신의 광범위한 지적 기반을 씨줄과 날줄로 엮음으로써 전체 맥락을 전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단점은 ‘자의식 과잉’이죠.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책으로 엮는 과정에서 원고 600매를 삭제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독자들의 성실한 독서와 비판뿐입니다.”

선, 문밖에 나서다
해탈 스님 지음
여시아문
1만4천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4-22 오전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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