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찰에 가 보면 불단 앞에 신도들이 공양한 꽃바구니와 꽃다발, 화분 등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들을 좀 더 깨끗하고 정갈하게 장엄할 수 있는 법을 알려드리고자 책을 내게 됐습니다.”
동국대 사회교육원에서 ‘불교정통꽃꽂이’ 강좌를 열고 있는 정진희(50ㆍ정진희꽃꽂이 중앙회장) 씨가 2년간의 준비 끝에 <불교꽃꽂이 예작집>을 펴냈다.
책 제목을 ‘예작집(例作集)’이라고 지은 것은 다양한 꽃꽂이 작품과 만드는 순서를 사진으로 보여줌으로써 쉽게 보고 배울 수 있도록 꾸몄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꽃꽂이 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정 씨는 그동안 외무부와 내무부 등의 정부 부처와 우리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여러 기업의 꽃꽂이 강사로 활동해 왔다. 그런 그가 조계사 불교대학과 불교대학원을 수료한 후 포교사로 활동하며 ‘꽃꽂이도 포교의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불교꽃꽂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헌화(獻花)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경전에도 부처님께 꽃을 공양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반해, 꽃꽂이 연구는 그리 활발하지 않은 점이 안타까워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정 회장은 책을 내면서 꽃꽂이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우선 화려함보다는 단아하고 선(禪)적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중점을 두고 이를 위해서 인위적인 디자인은 가능한 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또한 식물의 생성과정을 역행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환경에 유해한 플로랄 폼은 사용하지 않았다.
“보통 꽃꽂이를 아주 어렵고 번거로운 일로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두세 가지 꽃을 적절히 조화시켜 정성스레 꽂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에 교리공부나 수행이 더해진다면 부처님 가르침이 자연스레 배어나는 꽃꽂이를 연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는 정 씨가 직접 디자인한 꽃꽂이 작품들을 상(常), 락(樂), 아(我) 정(淨)을 주제로 나누어 실었다. 책 뒤편에는 동국대 사회교육원 ‘불교정통꽃꽂이’ 과정 수료 전시회에서 선보인 작품을 담았다. 각 작품마다 꽃을 꽂는 순서와 실제 불단에 어떻게 놓여야 하는지를 사진으로 보여준다. 이 밖에 영단(靈壇)이나 찻자리, 요사채 등에 어울리는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불교꽃꽂이 예작집
정진희 지음
정진희꽃꽂이중앙회
3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