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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흥천사 회주 지환(智環)스님
어두운 밤, 호남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교회마다 밝힌 빨간 십자가의 행렬에 모두들 놀라곤 한다.

군산은 그 정도가 심해 도회의 상공은 아예 붉은 바다를 이룬다. 인구 26만 명에 교회가 400여 개로 세계에서 인구 밀도에 비해 교회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곳 군산에서 48년째 부처님 가르침을 좇아 정진하며 포교하는 비구니가 있다. 군산의 심장부 월명공원 입구에 자리한 흥천사 회주 지환스님(智環.70).

불교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법회 때면 300여 명의 신도가 모이니, 스님의 행장이 바로 ‘한국의 비구니를 대변한다’하겠다.

스님은 출가부터가 비범했다. 외조부 49재 때 “집안에 스님이 한분 나면 9대가 왕생극락한다”는 법문에 크게 발심했다. 속가나이 12세 봄이었다. 그리고 그해 가을 전주 정혜사로 출가했다.

“어찌 그렇게 중노릇을 하고 싶었는지 몰라요. 중이 된다는 생각에 심지 세 개를 꼬아 만든 연비가 지글지글 타는데도 꿈쩍하지 않았어요. 계사 스님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공부 잘 할 것이다’고 하시던 것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환 스님은 50년이 넘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은 커다란 연비자국을 보여주며 “아직 그때 신심 그대로입니다”며 미소 짓는다.

정혜사 강원엔 대강주 보광 스님이 계셨다. 그때의 강원은 외우는 것이 우선이었다. 치문, 서장, 도서 등 사집과정을 줄줄 외웠다.

“다행히 한번 듣거나 읽은 것은 외워버리는 재주가 있었다”고 회상하는 스님은 “요즈음 절에서 경전 읽는 소리 듣기가 어렵다”며 안타까워한다.

강원에서 한창 신심나서 공부하던 당시 군산의 불자들이 강원으로 포교사 파견을 요청했다. 졸업을 앞둔 지환 스님이 월 1회씩 법문차 군산을 찾았다. 강원 졸업 후에는 신도들의 요청으로 아예 현 흥천사 전신인 충의사에 여장을 풀었다.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탁발해 놓은 공양물이 사라지고, 심지어 댓돌의 신발마저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신도들과 쌀 1되로 사흘씩 죽을 쑤어 먹으며 대중 포교에 나섰다.

“그래도 불자들이 하나둘 모이더군요. 신도들 교육에 혼신을 다했습니다. 20여년 함께 공부하다보니 자리가 잡히고 제법 사격도 갖추게 됐습니다.”

스님의 화두는 오직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는 것’이다. 아무리 타종교가 득세해도 수행자로서 떳떳하게 살면 안될 것 없다는 것이 스님의 확고한 신념이다.

스님은 출, 재가를 초월해 모두가 ‘불법으로 살 것’을 발원한다.

1981년 어려운 살림에 반야선원을 건립했다. 30평 규모의 선원에는 전국의 비구니가 찾아와 정진했다. 안거 때는 재가불자도 함께 했다. 50대 이상 비구니 수좌 가운데 흥천사 반야선원을 거쳐가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로 좋은 수행처였다. 아쉽게도 선원이 무허가 건물이어서 10년만에 해체되고 말았다.

유아포교가 시급함을 느낀 스님은 선방 재건에 앞서 반야불교유치원을 개원했다. 18년째 맞는 반야유치원은 군산에서 제일 인기있는 유치원으로 입학 때면 경쟁률이 치열하다.

초파일 전날 흥천사가 단독으로 시내에서 펼치던 전야제는 사암연합회 주관의 제등행렬로 발전했다.

월명공원 노인들에게 하던 무료급식은 군산역 앞으로 장소를 옮겨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이렇듯 흥천사에는 유아에서 청,장년은 물론 노년에 이르기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큰스님의 추진력은 대단합니다. 한번 결정하시면 일사천리입니다. 올곧게 정진하시기 때문인지 어느 일이든 막힘이 없으세요.”

옆에서 묵묵히 차를 끓이던 흥천사 주지 묘희 스님이 “안으로는 참선정진하고, 밖으로는 주력과 포교로 일관할 뿐 한눈 팔지 않으셨다”며 은사 지환 스님에 대해 한마디 거든다.

그래서 군산불자들은 지환 스님을 일러 ‘작은거인’이라 칭한다. 체구는 작아도 하는 일은 거인이기 때문이다.
이준엽 기자 | maha@buddhapia.com
2004-04-21 오전 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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