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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4월 19일 박물관 소장 석제 유물 2,160여점을 용산 박물관 수장고로 옮겼다. 4월 19일부터 12월 말까지 8개월간 계속되는 소장품 이사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1953년 남산, 65년 덕수궁 석조전, 72년 경복궁, 86년 중앙청, 96년 현재 중앙박물관까지 5번의 이사를 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으로 이전하면 더 이상 ‘남의 집’을 전전할 이유가 없어진다.
△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미라처럼 한지로 단단히 감싸 이동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사하던 날, 그 현장을 따라가 보자.
“다음은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입니다.”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자 유물포장 시연을 위해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사 반가사유상)이 담겨있는 알루미늄 상자가 옮겨졌다. 상자에서 꺼내온 반가사유상은 얼굴 아래까지 이미 포장된 상태. 이날 포장은 문화재 포장·이송 전문가인 유물관리부 김홍식 학예연구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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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탑이 장식된 관을 쓰고 눈을 반쯤 내린 채 미소를 띤 얼굴만이 드러난 반가사유상. 마치 미라처럼 한지로 단단히 감싸뒀다. 반가사유상의 얼굴도 동일한 순서로 한지로 곱게 싼 후, 반가사유상은 면으로 만든 소창지로 외부를 감싸고, 바닥 나무와 유물을 끈으로 묶는다.
완전 포장된 반가사유상은 유물의 외형선을 따라 만들어진 목재 틀로 고정되는 ‘주형포장기법’으로 알루미늄 상자에 담겼다. 주형포장기법을 다르면 상자가 360도 회전해도 유물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렇게 포장된 알루미늄 상자는 수장고에서 나와 문화재나 미술품을 전문으로 옮기는 ‘무진동차량’에 옮겨져 새 박물관까지 이동했다. 유물 운송차량에는 운송의 안전을 위해 직원과 무장한 호송원이 탑승하고, 차량 앞뒤로 경찰이 호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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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팀이 알루미늄 박스를 수장고까지 옮긴 후, 박스를 개봉해 포장을 푸는 것으로 이날 첫 유물 이전이 마무리 됐다. 이날 처음으로 포장을 벗은 유물은 손바닥 크기의 ‘석제 벼루’였다.
△ 유물 이전 이모저모
새 박물관으로 옮겨지는 소장품은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비롯한 지정문화재 396점 등 모두 99,622점. 국보급 유물뿐만 아니라 어느 것 하나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소중한 유물들이기에 이사 비용만 52억에 달한다. 또 이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5억원 가량의 보험에 가입했고, 보험사에서는 유물 10만여 점의 가치를 7천억 원으로 책정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0만 여점의 유물을 이전하기 위해 학예연구직을 중심으로 한 포장조 6팀, 운송조 1팀, 해포(解包)조 4팀을 구성했다. 연인원 7,700여명이 이사에 투입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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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는 외벽이 이중으로 물이 스미거나, 유해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았다. 또 수장고별로 독립 공조시설을 설치해 적절한 수장환경이 유지된다. 또 지문감식기, 누수·화재조기 감지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방재시설도 새롭게 바뀐다.
수장고는 최상의 시설을 자랑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시멘트 독(毒) 등 ‘새집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유해가스가 방출되는지에 대해 조사 했으며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수장고 내부에선 매케한 ‘새집’ 냄새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