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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순례단 지리산권 탁발순례 마치던 날
"만남ㆍ상생의 길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 시대에 사라져가는 생명과 평화를 구걸하고자 길 떠났던 생명평화탁발순례단(단장 도법 스님)이 4월 14일 남원에 입성했다. 순례시작 45일째이자 지리산권 탁발순례를 마치는 날이기도 하다.

이로써 지리산 노고단에서 탁발순례시작을 하늘에 고한뒤, 구례-하동-산청-함양을 거쳐 남원에 이르기까지 지리산을 빙 둘러 한바퀴 돌았다. 걸음걸이만해도 하루 40리씩 족히 1500리 길을 걸었다. 매일 50여명씩, 주말에 많게는 500여명을 만나 생명평화 결사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사람은 역시 걸어야 합니다. 실상사 주지로 살 때보다 몸무게가 더 늘었어요.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이날 순례단을 만난 것은 남원 초입 만복사지였다. 점심공양후 남원지역 단체장, 신도들과 간담회를 갖는 도법 스님에게 건강을 챙기자 “이보다 더 건강 할 수 없다”며 미소를 보인다.

그렇지만 석탑 그늘에 누워 오수를 즐기는 수경 스님, 여기저기 각자가 편한데로 자리를 잡아 휴식을 취하는 진행요원들의 꾀죄죄한 모습이 오랫동안 길에서 살고 있는 순례단이다.

지난 45일, 어찌보면 무작정 떠난 길이기도 하다. 매일 면단위 마을에서 마을로 걸어가며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생명평화를 설명하고 평화결사에 동참하도록 하는 탁발의 길. 3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끝을 알 수 없는 길에서의 생활이기에 무모하기 이를데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더니 지리산권 순례를 마치고 나니 앞으로 순례단이 해야할 일, 함께 가야 할 길이 보인다고 한다.

도법 스님은 “탁발순례의 화두는 만남이다”라고 규정하고 “실상사에서는 찾아온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면 탁발순례는 찾아가 만나는 과정이다”라고 말한다. “길을 걸으면서 자기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만나고, 지역현장에서는 지역민과 만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순례길에서 만난 것은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탁발순례단이 만난 현장은 더욱 절망스러웠다.
“농촌의 붕괴가 참담할 정도입니다. 마을마다 나이 50대가 막내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직도 개발논리에 빠져 있는 단체장들로 인해 환경파괴도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탁발순례단 총괄진행을 맡고 있는 이원규 시인은 “앞으로 5년후면 땅이 있어도 노동력이 없어 농촌이 무너질 것 같다”며 안타까와 한다.

3000여명의 농촌마을에 초등학교 입학생 4-5명꼴로 농촌의 공동화로 인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순례단 살림을 맡아 이끌면서 이원규 시인이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고와의 전쟁’이다. 길이 없었다. 지리산을 둘러 길이 있으되 사람이 아닌 차가 다니는 길이었다. 때때로 폭 70cm 의 사람이 가는 길이 있지만 대형트럭이나 고속으로 다니는 차량 속에 목숨을 걸어야하는 길이었다.

그래서 몇가지 대안을 내놓았다.
탁발순례단은 지리산 자락을 도보로 순례할 수 있는 ‘순례도로’ 개설을 건교부장관에 제안했다. 이 길은 예전에 있었던 농로, 강둑길, 오솔길로 이어지는 ‘사람의 길’로 최근 건교부에서 심도있게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지리산을 에워싸고 있는 5개 시,군 단체장들을 모두 만나 ‘지리산통합문화권’을 제안했다. 생태의 보고인 지리산을 ‘최소 개발로 보호하고 생태관광으로 유도하자’는 지리산통합문화권은 탁발순례단의 조율에 단체장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먼저 구례에서 추진중인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문제와 관련해 남원시장과 구례군수,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3개 단체장에게 제시했다. 지리산을 관통하는 도로(1861번 지방도) 양쪽에 주차장을 설치하고 셔틀버스나 무공해 모노레일을 설치해 차량운행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주차장에 차량을 두기 때문에 체류시간이 길어져 지역민들의 관광수입에도 효과적이다. 이 제안은 단체장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 합의만 되면 빠른 시일내에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간의 갈등해소는 참으로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사랑과 자비를 외치는 종교간의 갈등은 감내하기 어렵다. 탁발순례길에 기독교 교회와 원불교 교당에서 몇 밤을 의탁했지만 몇몇 성직자들은 교당 참배 마저도 거절하곤 했다.

그래도 함양성당에서 순례단이 주일미사를 함께 보며 도법 스님이 생명과 평화에 대한 강론을 한 뒤 미사헌금 절반을 생명평화 기금으로 받는 즐거움도 있었다.

지리산권 순례는 남원 만인의 총에서 침묵의 명상과 생명평화의 경 독경으로 마무리 됐다.

이날 ‘며칠만’하고 따라나섰다가 남원까지 함께 탁발길에 나섰던 박남주 시인이 지리산권 회향을 기념해 시를 낭송했다.

“... 이 길,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길 / 넘치고 남는 것을 탁발려는 것이 아니네 / 콩 한톨, 쌀 한줌 같이 나누려는 / 그 함께 하려는 마음을 탁발하려는 것이네 / 지상의 뭇생명을 품어 깨어나게 하는 / 오 어머니, 대지의 너른 품안을 탁발하려는 것이네...”

이제 순례단은 4월 22일 4.3의 아픔이 남아있는 제주도로 떠난다. 한달간 제주도 한라산 자락을 돌고 다시 남쪽에서부터 본격적인 생명탁발의 길을 떠난다. 탐라국 제주에서는 어떤 만남이 탁발순례단을 기다리고있을까.
이준엽 기자 | maha@buddhapia.com
2004-04-16 오후 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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