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켜켜이 사찰의 역사를 담고 있을 것 같은 사찰의 노거수(老巨樹). 용문사 은행나무, 송광사 곱향나무, 용문사 처진 소나무는 대표적인 사찰의 노거수로 이들은 각 사찰의 보물로 꼽힌다. 그러나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온 만큼 병들고 노쇠해지기 마련이다.
이에 문화재청(청장 노태섭)이 지난 4월 12일 개최한 ‘천연기념물 노거수 관리실태 평가토론회’는 ‘나무병원’ 실무자들과 노거수 실태조사팀이 모여, 노거수 치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현재 국내 노거수는 모두 141그루. 이 가운데 외과수술을 받지 않은 나무는 8그루(5.7%)에 불과할 만큼, 노쇠한 나무가 대부분이다. 병충해나 공해에 의한 피해, 나무를 지탱하는 줄기의 죽은 세포가 썩어 속이 비는 공동화 현상, 영양 부족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비료를 너무 많이 주거나 뿌리를 흙으로 완전히 덮어버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
노거수 치료는 줄기의 외과수술 이외에 뿌리 수술, 병충해 방제, 영양 공급, 주변환경 정비 등의 치료가 나무에 적용된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83년부터 외과수술만 4회에 영양 주사 2회, 뿌리수술 1회의 치료를 받았고, 화엄사 올벚나무도 외과 수술 2회, 영양 주사 1회, 뿌리수술 1회의 치료를 받았다.
특히 ‘천연기념물 노거수 관리실태 평가토론회’에서는 속이 빈 나무줄기를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다. 나무속을 메울 재료와 기술, 그리고 나무속을 메우지 말자는 문제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재료의 경우 1980년대 이전에는 시멘트로 줄기를 메웠지만, 최근에는 우레탄 폼이나 에폭시 수지, 실리콘으로 바뀌고 있다. 나무를 지탱하고 주위의 충격을 이겨낼 만큼의 강도가 요구되고 나무 생장에 피해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용준(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5년간 실리콘과 코르크 가루를 섞어 사용한 결과, 몇 년이 지난 후에도 피해가 적었다”고 설명하며 “단 이들 재료로 속을 매울 때, 줄기의 형성층을 덮지 않는 기본적인 기술상의 문제가 지켜지지 않아, 조직이 부패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무 속을 메우는 문제에 대해 박상진(경북대) 교수는 “나무 속이 완전히 비어 있는 경우에는 속을 메우지 않는 것이 나무 손상을 막는 방법”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외국의 경우에도 속을 자연상태 그대로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속을 메우기 전 부패한 부위를 긁어내면서 살아있는 세포를 손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2002년 고사한 용주사 회양목처럼 지름이 작은 경우에는 살아있는 부위를 긁어낼 확률이 높아 생장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또 박 교수는 “지난해 청도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 가지에서는 외과수술처리가 잘못되어 있어, 가지에 물이 가득차는 등의 문제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