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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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곰브리치 교수
“옥스퍼드 대학에 불교학 연구센터(Oxford Center for Buddhist Studies)를 건립할 생각입니다. 영국이나 다른 대학의 불교학 연구센터와 다른 점은 불교를 공부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점입니다. 불교학 연구센터를 건립해 옥스퍼드 대학의 불교학 전통을 이어나가야겠죠.”

4월 22~23일 열리는 인도철학회(회장 김선근) 국제학술회의 참석차 내한한 초기불교의 대표적인 석학 곰브리치(Richard F. Gombrich·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는 ‘옥스퍼드 불교학 연구센터’를 건립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올해 9월 곰브리치 교수가 은퇴하게 되면, 옥스퍼드 대학에 불교학을 전공한 교수의 맥이 끊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옥스퍼드 대학 도서관의 불교학 장서들과 박물관 자료들이 사장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어, 불교학연구센터 건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영국에 이미 브리스톨 대학이나 런던 대학 내의 소아스(SOAS) 등 불교학 연구센터가 있지만, 이들은 대학 내부기관으로 기존 대학의 범위 안에서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옥스퍼드에 설립할 불교학 연구센터는 문호를 개방해 옥스퍼드 대학생이 아니어도 연구를 지원하고, 인터넷 강의 등을 이용해 일반인들이 불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곰브리치 교수가 설명하는 옥스퍼드 불교학 연구센터의 특징이다.

또 2005년부터는 초기·대승·티베트 불교와 불교미술·불교사회학 등에 5명의 강사를 초빙해 옥스퍼드 대학의 동양학과, 신학과, 평생교육원 등에서 불교학 강의를 주관할 계획이다. 이외에 불교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원하고, 불교 심리학·서양 심리학·현대 심리학을 비교하는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한다.

△ 곰브리치 교수가 조언하는 빨리어 경전 번역 문제

곰브리치 교수는 초기불교를 대표하는 석학이다. 1994년 빨리경전협회(Pali Text Society)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빨리 경전 주석서인 아타카타(atthakatha) 번역 사업을 계획하고, 이후엔 미산 스님 등 한국인 제자 3명과의 인연으로 한국에 더욱 유명해졌다.

다른 초기불교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곰브리치 교수도 빨리 경전과 한역 아함과 율장을 연구해 부처님의 가르침에 최대한 접근하는 것을 영원한 화두로 삼고 있다.

“빨리 삼장을 번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한국의 빨리어 경전 번역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용어를 통일하는데 너무 시간을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자들을 한데 모아 ‘통일본’을 만들기 보다는 각자의 입장에서 번역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곰브리치 교수의 조언이다. 번역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고,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통일본을 만들려는 작업보다는, 번역이 엉터리가 아닌 이상 일단은 번역을 진행해 효율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또 곰브리치 교수는 “모든 빨리 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들면 신을 의미하는 ‘Deva'라는 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번역해 경전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빨리 경전을 번역할 때 참고하는 영어 경전에서 꼭 최근에 번역된 것이 바른 번역본이라는 생각을 고집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대사회의 위기에 대한 불교적 대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곰브리치 교수는 22일 동국대에서 ‘현대 위기와 인도철학적 대안’이란 주제로 개최되는 인도철학회 제2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부다를 이해하는 법 : 방법론과 결과들(Understanding the Buddha: Method and Results)’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곰브리치 교수가 생각하는 현대 사회의 위기에 대한 인도철학적·불교적 대안은 무엇일까?

곰브리치 교수는 학자의 위치에서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그가 생각하는 현대사회의 문제는 “결국 힘(Power)의 문제”다. 학자들은 힘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학자가 내놓은 새로운 사상이 사회에서 힘을 갖게 되면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곰브리치 교수는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경쟁지상주의로 인한 ‘적대감’과 ‘성(sex)' 문제를 꼽는다. 곰브리치 교수는 적대감을 해결하는데 불교만한 대안은 없다고 말한다.

“경쟁이 심해지면 스포츠처럼 상대에 대한 적대감이 커져, 문제를 야기합니다. 이에 반해 불교는 ‘상생(相生)’을 강조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누군가 해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가 상생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곰브리치는 무상(無常)과 업(karma·業) 사상을 통해, 경쟁이 아닌 조화와 상생의 원리로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곰브리치 교수는 ‘적대감’과 ‘성’ 문제는 불교문화권과 타종교문화권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한다. 이슬람이나 기독교 등 유일신을 따르는 종교에서는 ‘성’ 문제만을 주목하고 ‘적대감’의 문제는 소홀히 하고 있지만, 인도철학에서는 ‘아힘사(ahimsa·불살생)'라는 비폭력을 강조하고 있어 현대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자넷 잭슨의 가슴 노출 사건이 있었던 1주일 동안 팔레스타인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지만, 미국은 철저히 자넷 잭슨만을 주목했습니다.” 곰브리치 교수가 밝힌 단적인 예다 .

△향후 활동 계획

곰브리치 교수는 9월 퇴임 후에는 불교학 연구센터를 건립해 빨리 경전 문서 번역을 계속할 계획이다. 또 여러 가지 주제의 책을 쓴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부처님에 관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 단 부처님의 일생을 시간순서로 서술하지 않고, 부처님의 사상이 역사적 측면에서 어떻게 확립됐는지를 조명해보고 싶습니다. 또 현재 옥스퍼드에서 강의하고 있는 ‘인도종교개론’을 사상을 중심으로 저술해볼 생각입니다.”

곰브리치 교수는 수명이 길어 좀더 연구할 수 있는 행운이 있다면 각 국의 다양한 불교종단의 공통점과 차이점도 연구해 보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오유진 기자 | e_exist@buddhapia.com
2004-04-15 오전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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