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 사는 주부 윤원실(33) 씨는 얼마 전 둘째 딸의 돌잔치를 위해 한복, 드레스, 카메라 등을 전문대여업체에서 빌렸다. 대여에 든 비용은 모두 10만원 정도. 만약 직접 구입했다면 100만원 이상을 지출했어야 한다.
이처럼 필요하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구입이 망설여지는 물건들을 빌려 쓰는 렌탈 문화가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다. 구매비용 뿐 아니라 관리비도 절약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소비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생활 가전용품
‘렌탈’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곳은 정수기, 비데, 연수기(세정수 정수기) 등 생활 가전용품 시장. 갖춰놓으면 생활에 편리하지만 1백만원대가 훌쩍 넘는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가 어렵다. 하지만 인터넷 렌탈전문사이트, 각 브랜드 렌탈사업본부 등을 통해 대여하면 매달 1~5만원 정도만 내고 관리까지 받을 수 있다.
일반 정수기는 1백만원, 냉·온수 기능이 있는 제품은 1백 50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렌탈을 할 경우 기능에 따라 월 1만 9천원~ 5만 2천원의 사용료만 내면 된다. 회원가입을 하고 등록비를 미리 내면 월 사용료가 더 저렴해진다. 2개월마다 한번씩 정기점검과 필터교체는 무료. 최소 사용기간은 1년 단위로 5년 간 렌탈비를 내고 사용하면 정수기 소유권이 소비자에게로 넘어간다.
욕실에서 쓰이는 비데, 연수기도 매달 1만 8천~2만8천원씩 렌탈비를 내고 사용할 수 있다. 정기점검은 물론이고 연수기는 4개월에 한번씩 필터를 교환해주는 가격도 포함해서다. 이밖에도 공기청정기, 각종 헬스기구를 빌려쓸 수도 있다. 특히 건강과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이 늘면서 런닝머신의 대여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운동기구는 보통 월 4만~8만원이면 빌려 쓸 수 있다.
특별한 날
생일이나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는 이것저것 필요한 것이 많다. 특히 한복, 드레스 등은 일년에 며칠 안되는 기념일에 반드시 필요한 의상. 기성한복은 20~30만원대이고 맞춤한복은 더욱 비싸다. 아이들은 비싸게 한복을 사 입혀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즈가 맞지 않게 된다. 이럴 때 한복대여점을 이용하면 성인은 5만~10만원, 아동용은 2만원이면 때마다 분위기에 맞는 한복을 입을 수 있다. 신발, 노리개 등도 마찬가지. 한복 입은 모습을 2만~2만5천원을 내고 일일 대여한 캠코더에 담아보자.
아이들 장난감 및 아동도서
아이들은 대개 갖고 싶어한 장난감이라도 몇 번 가지고 놀면 금세 싫증을 낸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곳곳에서 장난감 전문 대리점이 문을 열었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 을지로 녹색장난감도서관(02-753-0222~3). 서울시 보육정보센터가 영유아용 장난감 3천여점을 구비해 놓은 이 장난감도서관은 2천원의 회원가입비만 내면 한번에 2개씩 10일 동안 무료로 장난감을 빌려준다. 정회원이 되면 1회 3개씩 14일 동안 빌릴 수도 있다.
이밖에도 인터넷 장난감·유아용품 대여업체 등에서는 가입비 1만원, 월 3만원의 이용료만 내면 아이들이 맘에 들어하는 장난감을 언제든지 빌려준다. 이들 업체의 장점은 직접 집까지 장난감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고르게 한 뒤 싫증난 장난감을 수거해 간다는데 있다.
아동도서 방문대여도 이와 유사하다. 동화책, 교육용 교제들을 월 1만원에 매주 4권 씩, 한달 16권의 책을 직접 배달해 빌려준다. 1년에 200여권의 책을 12만원에 보는 셈이다. 아이북랜드, 아이놀이북, 동화친구 등 인터넷을 통해 15개 안팎의 업체가 서비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