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평등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2천여 년이 지난 현재의 불교수행론에서도 그 ‘분별없음’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을까?
4월 10일 동국대에서 열린 불교학연구회(회장 해주) 제23차 학술발표회에서 조승미(동국대 박사과정 수료) 씨는 ‘불교수행론과 젠더문제’를 발표하며 “아니다”라고 말한다. 불교수행론이 여성억압적인 요소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 수행론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불교와 여성주의의 유사성만을 살펴왔던 그간의 불교여성학의 관점에서 한 걸음 나아가, 불교의 언어로 여성주의를 설명하고 이를 여성의 수행현실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조승미 씨는 “욕정이 많아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여성혐오론부터 여성비하적인 교단의 관행, <부모은중경> 등에서 보이는 모성찬미론까지 이들 모두가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적 불교수행론”이라며 “여성은 자신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수행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지만 여성의 경험은 언어로 표현되지 못해 수행이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불교수행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조 씨는 불교수행론에 나타나는 이원적(二元的) 수행원리가 여성을 억압하는 원리와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 씨는 “초기 불교의 수행론에서 지혜·마음·침묵을 상위의 개념으로 감정·몸·언어를 하위 개념으로 인식하는 이원적 수행원리는 여성이 억압되는 방식과 같은 원리를 갖는다”며 “여성이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종속적 가치는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몸이 절대적인 마음의 원리 안에서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원리는 주로 남성을 지칭하는 ‘인류’라는 개념에서 여성이 사라져버리는 것과 동일한 구조를 갖는 것이다.
단 조 씨는 “감정·몸·언어라는 종속적 가치를 여성성으로 규정하려는 태도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라고 밝혀, 이들 가치를 여성의 본질로 이해하거나 여성만의 경험으로 적용하려는 시도를 경계했다.
이어 조 씨는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선불교의 가치와 한계를 모색했다. “선불교는 기존불교를 해체하고 진리를 상황적이고 경험적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여성주의 가치와 연결될 수있다”며 “그러나 선불교의 계보성은 지극히 가부장적인 성격을 띤다”고 말했다. 선불교가 기존의 수행관을 비판적으로 해체해 이원성을 극복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배타적인 계보주의를 비롯한 가부장성은 남성중심주의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 씨가 발표한 이번 논문은 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한 ‘여성주의 불교수행론 정립을 위한 연구’ 가운데 이론 정립부분에 해당한다. 조 씨는 “여성주의 불교수행론을 정립하는 것은 여성 수행자들이 자신의 삶의 문제를 수행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중요한 작업”이라며 “앞으로는 여성들이 수행하는 현실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한계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위해 수행론은 어떻게 변해야하는 지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