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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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이후 다시 밑그림 그려야”
조계종 개혁 1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지적
사진=박재완 기자
조계종 개혁 10주년을 맞아 개혁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ㆍ평가하고 향후 종단개혁의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가 개최됐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장 효림)와 한국불교기자협회(회장 김원우)는 4월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조계종 개혁 10주년 기념 좌담회 ‘개혁을 딛고, 화해와 미래로’를 개최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윤남진 사무처장의 사회로 열린 좌담회는 △1994년 종단개혁의 의미와 평가 △94년 종단개혁 후 10년에 대한 회고와 반성 △종단개혁의 과제와 방향 등을 주요 의제로, 자유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
도각 스님(종회의원, 서울 사자암 주지)
법안 스님(종회의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부의장)
성태용 교수(건국대, 우리는선우 이사장)
위영란 편집부국장(현대불교신문)

94년 개혁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가장 큰 소망은 무엇이었는가?

도각=94년 당시 가장 고뇌했던 것은 종단 내 제도개선 보다는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 불교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였다. 종단의 비민주성과 비자주성을 바꿔보자는 것이 고민의 중심이었다. 그 중심에 실천불교전국승가회와 선우도량이 있었다.

법안= 94년 개혁은 서의현 체제가 삼선을 염두에 두면서 수행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현실에 사부대중이 분노하면서 종단 내부를 들여다본 계기였다. 종단 내 권력을 종도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해 총무원 다수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과 맞물려 종단 개혁의 단초가 됐다.

94년 이후 종단개혁이 잘 정착되고 있는지, 아니면 개선해야 될 부분이 있다면?

위영란=94년이 지나고 난 다음 서의현 체제 반대 제도적 정비에 급급했다. 즉 서의현 체제 문제점 해결을 위한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수행 등을 종단 핵심 과제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끌고 갔어야 한다. 또 개혁 과정에서 비판 세력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성태용=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릴만한 여유도 없이 승단 존립에 급급했던 것 같다. 개혁 과정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개혁 세력이 종단 내에 들어가도 별 수 없다는 무력감이다. 이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큰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중앙종회가 삼권분립 차원에서 이전보다 강화됐다. 그러나 책임성과 대표성 부분에서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법안=종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종단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지적에 대해 답을 많이 알고 있지만 추진할 동력이 없다. 또 출가자 중심으로 기득권이 형성됐기 때문에 종도들의 여망을 받아들이는 고뇌가 없다. 재가자들이 종단 내로 못 들어오기 때문에 비판ㆍ감시 기능이 없다.

도각=종회가 계파로 짜여져 계파들끼리 어떻게 자리를 나눠먹는가 하는 구조다. 이런 문제는 종단 구성 자체가 문중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소위 봉건영주들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정체성에 훼손만 가지 않는다면 교구본사나 사찰단위의 공동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위영란=서의현 체제의 무소불위 권력이 이제는 종회가 됐다. 집단 이기주의화 되고 파벌주의화 됐다. 종회는 정치집단화 될 수밖에 없지만, 파벌이 아닌 각종 위원회 중심으로 가야 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반드시 과보가 따를 것이다.

성태용=출가 수행자들은 그에 맞는 위치가 있다. 스님들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판정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은 다른 기구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원체제도 생각해 볼 일이다.

중앙신도회 등 재가자들의 종단 참여 기회나 가능성을 열어줄 현실적 방안은?

도각=결국 의식의 문제다. 성직자들이 신도와의 관계를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고정된 시각 이 있다. 불교는 신도들이 스님들에게 삼배를 하는 예법상의 문제도 있다. 이런 구조를 어떻게 종헌ㆍ종법 상으로 끌고 올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법안=스님들은 주인의식이 강하다. 재가자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도 강하다. 가톨릭의 경우 집행만 신부가 하고 운영은 공동으로 한다. 출ㆍ재가자 문제는 안에서 갈무리되는 방향으로 해소됐으면 한다. 사찰 운영에 반드시 신도들이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스님들 뿐 아니라 교단도 더 건강해 진다.

종단이나 사찰의 재정적 자원에 대한 생각은?

성태용=지금까지는 사찰 유지에 신도들이 돈을 냈지만 환경, 통일 등에 신도들이 돈을 내게해야 한다. 부처님 뜻을 바르게 구현하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야 신도들 의식도 향상된다. 한국불교는 거대한 자산이 있다. 이런 것들 잘 가공하면 포교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위영란=문화는 산업이다. 재원 창출에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면 그 외의 방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복지도 산업화 될 수 있다. 최근 웰빙이 사회 관심 대상으로 되고 있는데 여기에 명상이나 선 등 불교적인 부분이 많다. 이것들을 산업화 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중앙종무기관들이 너무 산만하게 구성돼 있다는 의견들도 있다.

위영란=조계종은 십년동안 어렵고 힘들게 변해왔지만 사회는 더 크게 변했다. 이런 것들을 쫓아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사찰이나 단체들에게 이런 부분을 나눠줘야 한다. 하지만 조계종에서 하는 것만이 불교라고 하는 종단 이데올로기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법안=행정 집행부 기능과 역할은 94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종무원이다. 교구본사 단위까지라도 교역직 종무원은 시험을 친 후 일정한 연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총무원과 직영ㆍ직할사찰 만이라도 순환보직이 돼야 질적 향상 및 투명화도 가능하다.

성태용=조계종 정도 되면 전문가 집단이 튼튼하게 포진돼 있어야 한다. 기본 틀거리를 만드는데 집중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지만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종단에 힘을 집중할 때는 집중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94년과 98년 주된 원인과 교훈,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도각=당사자로서 부끄러운 얘기다. 결과적으로 너무 참혹했다. 다만 폭력만으로 종권이 찬탈되지 않는다는 교훈이 생긴 것 같다. 해방 이후 종단에 분규가 지속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이런 것들이 종식 단계에 있다는 것에 희망을 발견한다.

멸빈자 사면이 간절한 바람인가 정치적 문제가란 의구심도 지적되고 있다.

법안=사면은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종단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화합과 상생 측면에서 사면해주자는 것이다. 물론 교훈으로 남겨두자는 것에도 일리는 있다. 사면 문제는 인내를 가지고 시간을 두며 해결해야 한다. 밀어붙이기식은 안 된다.

도각=어떤 명분으로든지 종회 의사정족수를 넘을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사면대상자들이 진솔하게 나왔으면 한다. 전 지구인들이 지켜본 집단 활극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엔 동의할 수 없다. 또 사면이 원만하게 진행되려면 사면을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안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성태용=사면복권이 이뤄지더라도 여법하게 돼야 한다. 당사자들의 참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사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밑바닥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사면하는 쪽이나 받는 쪽 양쪽의 접근이 여법하게 있어야 한다. 필요성이나 당위성만으로 하는 사면에는 반대다.

위영란=우리가 꼭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적용할 시점에 바르게 적용됐는가도 중요하다. 정치적 정황상 올바른 판단이었는가도 생각해야 한다.

종단 구조와 사회적 구조를 종합해 2010년 까지 조계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성태용=사부대중 공동체가 원활하게 화합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비구니 차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비구니 차별에 대해 스님들이 해답을 내야 한다. 이 외에 재가신도 역할 분담도 필요하다.

위영란=불교계가 두려워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불자수 감소다. 유사수행법은 각광을 받고 있지만 불자수는 감소하고 있다. 교리와 수행 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틀짜기가 필요하다.

법안=승단이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개혁정신을 살리지 못한다면 강력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근본개혁을 위해서는 이판과 사판의 구분이 필요하다. 또 재가자들이 종단 문제에 동참할 수 있는 활로가 열려야 한다.

도각=현 시기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에 대해 종단에서 발언을 해야 한다. 또 각 종단마다 고유한 색깔을 바탕으로 종파적인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4-04-09 오전 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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