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3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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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과의 조화 모색법 '법화경'서 찾아
“<화엄경>이 현묘하고 심오한 무애의 경지를 펼쳐 보인다면 <법화경>은 그 경지를 실천하는 방편을 보여주는 경전입니다. 방편으로 진실을 유인하는 <법화경>의 매력이 동북아시아에 ‘법화 신앙’을 만발하게 한 것입니다.”

다양한 비유와 문학적 구성으로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는 <법화경>.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서 ‘법화 신앙’으로 거듭난 <법화경>은 중국 수나라에서는 국가 통합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고려에서는 창업의 정통성을 선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널리 유포됐던 경전이다. 하지만 그동안 선보인 <법화경> 관련 책들은 경전 구절의 풀이에 머물러 경전이 가지는 참 의미와 사회ㆍ역사적 의미를 알기에는 부족했다.

최근 정승석(48,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가 펴낸 <법화경-민중의 흙에서 핀 연꽃>은 이러한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정 교수는 책에서 단순한 경전 풀이 대신 <법화경>의 탄생과 동아시아 전파의 역사적 맥락을 살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법화경>이 과연 민중 지배를 위한 정치이데올로기였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법화경>은 범어 원전이 다양한 사본으로 현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매력의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법화경>은 과거의 전설 속에 갇혀 있는 셈이죠.”

때문에 정 교수는 책에서 <법화경>이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널리 퍼진 시기와 법화 신앙의 유행 등 ‘법화경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법화경>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하는 것’을 제일의 목표로 삼았던 구마라습(344~413)의 번역본인 <묘법연화경>을 통해 중국에 소개됐다. 이후 법화 신앙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래돼 민중들의 삶 속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된다. 정 교수는 동북아시아에서 법화 신앙을 번성하게 한 토대인 천태종의 성립과 전파, 교세 확장 과정을 설명하며, 이러한 상부구조가 민중의 저변으로 파고들어 튼튼한 하부구조를 형성하게 됐다고 말한다. “<법화경>을 국가와 사회의 지도 이념으로 신봉한 소수 엘리트 집단과 <법화경> 자체를 맹목적으로 신봉한 다수의 집단이 ‘법화신앙’을 싹트게 한 저력”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일본의 일련종은 ‘나무 묘법연화경’을 열심히 읊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단순한 신앙형태지만, 민중들 사이에서 폭넓게 유행한 사실을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법화경>의 중심 사상을 전달하는데 사용된 일곱 가지 비유 즉 ‘법화 7유’를 간추려 소개한다. ‘부록’에서는 <법화경>의 성립 시기와 ‘정법화경’, ‘첨품묘법연화경’ 등 다양한 번역본을 통해 <법화경>의 원형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 교수는 <법화경>에 담긴 사상과 방법론이 ‘옛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갈등과 대립이 난무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법화경>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서구 문명이 발전하는 데 기독교 정신이 공헌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문명과의 조화를 모색하는 길을 <법화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법화경>이 표방하는 ‘일승사상’은 다양한 견해와 입장이 지니는 가치를 인정하고, 갈등과 대립을 평등과 조화의 통일로 이끄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법화경>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화경
정승석 지음
사계절
1만2천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4-08 오전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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