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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29명 묘지기행 "인생은 아름다워라"
지구 위에 머물다 간 세계적 대문호 29명을 세계 구석구석 묘지를 찾아 방문하고 돌아온 수필가 맹난자(孟蘭子)씨가 책을 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영혼의 순례, 묘지기행’(김영사·280쪽)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그녀는 보들레르, 오스카 와일드, 이태백, 알베르 카뮈, 사르트르, 도연명… 같은 불멸의 금자탑을 세운 문인들의 묘지를 방문했다. 책에 실리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40곳이 넘는다. 그중에는 두세 번 거듭 찾아간 곳도 부지기수고 때론 가묘(假墓)만 보고 돌아온 경우도 있다.

맹씨는 6·25 피란 중에 산골 뒷방에서 여동생을 잃었고, 10년 뒤 중학생이던 남동생을 잃었다. 동생의 묘지가 택지 개발로 쓸려나갈 때부터 “죄책감 때문에 덧없는 인간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었고, 죽음에 관한 기록이면 무엇이든 밑줄 긋고 가위로 스크랩해 온 시간이 20여년”이다. 그 결과물로 연전에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기억하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번 책에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을 다니면서 그 나라 독자들은 물론이고 인류 문화유산을 공유하는 독자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는 대문호의 발자취를 더듬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생전에도 “삶에 대한 고통과 가난·사랑·이념·질병 등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분투하면서”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생의 에피타프에 남긴 한마디는 숙연하다. 백거이는 ‘인생은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다’고 했고, 카잔차키스는 ‘삶이란 좋은 것이다. 죽음 역시 좋은 것이다. 죽음을 정복할 수 없다는 건 사실이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정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세는 ‘우리가 산다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다가 끝내는 죽음을 사랑하게 되기 위하여’라며 이 책의 저자를 숙연하게 한다.

맹씨는 “치열하게 살다가 나이가 많아져서 세상을 뜨고, 죽기 전날 많이 아프지 않고 쉽게 떠난 죽음을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살다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죽음이란 삶의 그림자에 다름아니다”라는 자신의 깨달음 한가닥을 얻게 됐을 때, 임어당이 “인생을 아름다운 ‘한 편의 시’로 바라본 까닭”을 되짚어 본다.

현재 문예지 ‘에세이 문학’의 발행인을 맡고 있는 맹씨는 “묘지를 처음 찾았을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사전 지식들을 확인했지만, 나중에는 내가 그분들께 가진 애정을 확인하곤 했다”고 말했다.

맹란자
인생은 아름다워라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4-04-07 오전 8: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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