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을 주제로 한 대규모 문화예술행사가 열린다.
대구광역시 봉축위원회는 4월 4일부터 10일까지 대구 대덕문화전당 공연장 및 대덕아트홀에서 제 1회 선문화예술제를 연다. 행사는 크게 선화(禪畵)와 서예 및 목공예 전시, 전통 불교소리 공연, 선법문 등으로 나뉜다.
이번 예술제는 선화가인 범주 속리산 달마선원장 스님과 박찬수 목아박물관장의 ‘선과 달마도’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로 시작된다. 대형 한지 위에 범주 스님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붓끝이 춤추는 대로 천변만화하며 요동치는 달마도 퍼포먼스를, 박찬수 관장은 목불상을 즉석에서 시연한다.
우선 전시장에 들어가면 범주 스님이 즐겨 그리는 소재인 달마 대사와 포대 화상, 한산과 습득, 관음보살이 눈에 띈다. 달마도는 짙은 눈썹 밑에 동그랗게 도드라져 열린 눈망울이 꼭 다문 입술과 대비를 이루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밖에 중생들에게 나눠줄 복이 담긴 포대를 들쳐 메고 다녔다는 포대 화상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툭 튀어나온 배와 함께 해학을 느끼게 해준다. 또 산속의 추운 동굴에서 살았다는 시인 한산과 절에서 청소하며 살았다는 습득이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도 늘 차별짓기를 좋아하는 속세인들에게 통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옆에는 대성 스님(범어사 주지 대행)의 서예 작품도 나란히 벽에 걸린다. 스님은 주로 선과 차를 주제로 쓴 ‘선다(禪茶)’와 ‘선다일여(禪茶一如)’ 등 선관련 경구 20여점을 내놓는다. 박찬수(중요무형문화재 제 108호) 씨의 목조각 불상과 불감, 동자상 등 목공예 작품도 전시된다. 연꽃을 주제로 한 도예작품도 선보인다. 도예가 신현철 씨가 제작한 다완과 향로, 찻잔 등 30여점 등이다. 특히 신현철 씨의 도예작품은 옛 선자들의 정신과 선 문화를 그릇에 담아 단순한 도자기가 아닌 하나의 정신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술행사에 흥을 돋워주는 소리와 춤이 빠진다면 맥이 빠질 것이다. 전시회가 시각적인 효과를 통해 선문화에 다가서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면 종산 스님의 동해소리 공연은 눈과 귀를 함께 충족시켜 준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는 동해소리와 춤은 금강산 유점사에서 전해져 오는 불교 전통의 음악이다.
소리의 내용은 주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의미를 지니며, 춤사위는 자연(自然)의 형상을 따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춤은 오방무부터 시작해서 한풀이, 연꽃춤, 바라춤, 북춤, 회심곡, 극락무, 용선무 순으로 끝난다. 이번 공연에서 소리는 종산 스님이, 춤은 박수진 전슬기 이소망 씨가, 북은 성덕화 씨가 각각 담당한다. 이외에도 향림사 조실 대원 스님의 선을 주제로 한 법문도 열린다.
행사를 기획한 범주 스님은 “인간성 회복의 최선의 방법은 선사상에 있지만 현대인들이 선수행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것은 물질문명 속에서 욕망이 억제된 복잡한 감정적 상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스님은 “춤, 음악, 그림 등의 동적인 명상을 통해 마음자리를 비우고 풀어지게 한 후 정적인 수행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대인들에게 선을 좀 더 친근하게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한다. (053)42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