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사학계의 원로인 장충식(63)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가 30여 년에 걸친 학문 활동을 모은 단행본 <한국 불교미술 연구>를 냈다. 책에 수록된 글은 그동안 발표한 한국불교미술 관련 전문 논고 50여 편 중 20편을 1차로 선정한 것이다.
책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후기까지 한국 불교미술 각 분야에 관한 논문을 조각과 석조건축, 회화, 공예를 비롯해 사경(寫經), 금석문 등의 6장으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각 논문마다 ‘석굴암은 왜 이곳에 세워졌을까’, ‘왜 복원된 탑이 예전과 다른 느낌일까’, ‘다른 벽화와 달리 왜 무위사 벽화의 백의관음은 입상일까’ 등 일반인들은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의문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끈질긴 노력을 엿볼 수 있다.
20편의 논문은 각기 하나의 완견된 글로 쓰여 졌지만 책에서는 ‘불교미술’이란 큰 테두리 안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형성한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논문을 집필할 당시에는 각각의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으나 이제는 모두 하나의 연관 속에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불교미술이 지닌 융합성에서 이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1장 ‘불교조각: 오랜 물음에 대해’에서는 1963년 7월16일 경남 의령군 대의면 하촌리에서 발견된 ‘연가7년명(延嘉七年銘) 금동불상’의 명문(銘文)판독 오류를 지적하고 있다. 장 교수는 불상의 수인(手印)과 불꽃 문양의 광배, 연화대좌 등에서 나타난 능숙한 솜씨를 고려할 때 명문에 기록된 제작연대인 ‘기미년’을 기존의 479년이 아닌 539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2장 ‘석조건축: 건축의장의 재해석’에서는 석조계단의 성격과 기능을 살피고, 1972년 해체 복원된 경북 선산 죽장사 모전석탑(국보 130호)이 잘못 복원됐음을 지적한다. 불교회화 분야에서는 불교 교리에 대한 이해 없이 시도된 불교회화 연구의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조선 초기에 제작된 전남 강진군 성전면 무위사 백의관음 벽화의 도상적 배경을 파고듦으로써 이 불화가 의상대사의 낙산관음 설화를 형상화한 우리나라 수월관음도(手月觀音圖)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경남 선산군 해평면 도리사 금동사리구(국보 제208호)가 공개되기까지 과정과 그 조성연대를 추적하는 한편 최근 김천에서 출토된 미륵암 시장군비(柴將軍碑)의 주인공인 시장군이 삼국통일 전쟁에 당군 일원으로 참여한 당나라 장군임을 밝히고 있다.
한국 불교미술 연구
장충식 지음
시공사
3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