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 문화 > 문화
뮤지컬 '나부상화' 시연을 보고
사진=고영배 기자
#‘나부상화’의 줄거리는?

극작가 우봉규씨가 시나리오를, 박근형씨가 연출한‘나부상화’는 강화 전등사 대웅전의 네 귀퉁이에서 처마를 받치고 있는‘나녀상(裸女像)’에 관한 설화를 각색한 창작 뮤지컬이다. 그 줄거리를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여말선초, 자신에 의해 몰락한 왕족들의 후환이 두려운 이성계는 왕족들의 신임이 가장 두터운 당대제일의 문인 왕동량을 잡아 고문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앞에서는 저항하지만, 처자식에게 가하는 고문 앞에선 마침내 굴복하고 만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고자 왕족을 마포나루에 모이게 한 왕동량은 강화로 가는 배에서 왕족들을 수장(水葬)시킨다. 이에 죄책감을 느낀 동량은 절 짓는 도편수가 돼 강화 전등사로 내려와 왕족들을 수장시키는데 일조한 ‘도치’와 술집 작부인‘들레’를 만난다. 이어 전등사 대웅전 공사를 맡은 도편수 동량은 들레와 정을 통하는 사이가 된다. 둘 사이가 그러한 만큼 도편수는 ‘들레’를 믿고 그녀에게 자신의 돈을 맡겨둔다. 그러나 공사가 끝날 무렵‘들레’는 돈을 갖고 사라져 버린다. 그러자 분을 삭이지 못한 도편수는 전등사 대웅전 처마에 나녀상을 만들고 바다에 빠져 죽는다.

사진=고영배 기자
#‘나부상화’100배 즐기기

장르가 뮤지컬이다 보니 노래와 춤이 많이 나온다. 풍경소리의 이종만 실장이 우봉규 작가의 노랫말에 맞춰 3개월 동안‘내땅 강화’‘전등사의 노래’‘도치의 노래’‘눈이 내린다’‘동량과 들레’‘용서’등 20곡을 작곡했다. 특히‘감축드리옵니다’와‘꽃분이 트로트’는 신명나는 타령조와 트로트 음악을 가미해 어깨춤이 저절로 춰질 정도로 흥겹다.

반주음악도 시대극이라는 점을 감안해 국악기와 현대악기인 신디사이저를 적절히 조화롭게 활용해 듣기에 편안하다. 하지만 저예산의 뮤지컬인 만큼 무대장치는 화려하지 않다. 다만 연극‘불좀 꺼주세요’로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왕동량역의 최정우와 뮤지컬‘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화려한 율동을 선보인 들레역의 임은혜 등의 물오른 연기가 이 작품을 리드해 간다.

전체적으로 잔재미는 크게 눈에 띠지 않지만‘도치’와 ‘꽃분이’는 이따끔씩 미소를 머금게 하는 방자같은 캐릭터로 즐거움을 준다. 특히 남정네들을 유혹하는 꽃분이의“이 몸의 꽃이 오늘도 피는구나. 남정네들의 정은 한순간이라 하지만, 이년의 꽃향기는 영원토록 흩날리리.”라는 대사의 천연덕스럽고 요염한 연기는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또 설화속에서의 나녀상은 도편수의 돈을 갖고 도망친 술집 작부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처·자식을 새겨 넣었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으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고영배 기자
#놓치지 말아야 할 대사

스님과 동량이 나눈 마지막 장면의 대사.

스님: 자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것은 무엇인지. 그건 바로 처자였어.
동량: 그만!
스님: 한 귀퉁이는 벌거벗은 자네 처고, 세 귀퉁이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네 아이들이야.
동량: 흐흐흐!
스님: 자네는 자네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처자의 옷을 벗겨 세세생생 절 지붕을 떠받치게 하여 죽은 사람들에게 속죄하고 싶었던 게야.

#연출자의 변

전등사와 그 곳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그것을 떠나 창작 뮤지컬인 만큼 편안하고 즐겁게 감상했으면 좋겠다. 굳이 이 작품에서 불교적인 의미를 들춰 낸다면 주인공 동량이 자신의 지은 업(業)을 절짓는 행위를 통해 소멸시키려고 노력하며 결국에는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무대장치도 현대적으로 했으며, 의상도 시대극이라 할지라도 고전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았다. ‘나부상화’는 엄격히 말해 음악극이다. 하지만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뮤지컬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력과 정서도 이 작품을 지탱하는 하나의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02)3672-2466~7

사진=고영배 기자
‘나부상화’(전등사 후원) 시연을 보고

대학로에 데이트하러 나왔다가 팔짱을 끼고 온 20대의 연인들, 40대 엄마와 20대 딸, 혼자온 50대 아저씨, 들뜬 표정의 외국인들…. 3월 24일 저녁 8시 불교뮤지컬‘나부상화’의 시연회가 열린 대학로 세우아트센터는 다양한 나이의 관객들이 객석을 채웠다. 사찰설화를 바탕으로 한 불교문화 공연 한편이 세월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준 120분짜리 문화체험이었다.

3월 25일부터 5월 9일까지는 세우아트센터에서, 6월 10일부터 13일까지는 국립극장에서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나부상화’의 시연현장과 공연 100배즐기기 감상포인트를 해부해 봤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4-03-29 오전 9:08: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