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월 21일 종교활동이 진행 중인 경기도 남양주시 75사단 철마부대 군법당. 여장군 못지않은 기세로 군인들을 호령하는 이청자(62ㆍ보현경) 보살과 함께 한 쪽에 쌓인 떡볶이 7말, 어묵 5상자, 각종 간식거리가 눈에 띈다. 오늘은 철마부대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떡볶이 법회’가 있는 날이다. 이 보살을 비롯한 4~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한달에 한번 꼬박꼬박 불자군인들의 떡볶이 간식을 챙긴 지도 벌써 5년이 훌쩍 넘었다.
떡볶이 법회는 이 보살의 남편 강노식(66ㆍ법명 지수) 포교사로 인해 시작됐다. 군에서 보기 드물게 신심 있는 불자였던 강 포교사는 중령으로 예편한 뒤 1997년 조계종 포교사가 됐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군포교에 뛰어들었다. 남양주 봉선사 사무장을 맡으면서 근처 철마부대, 연천 28사단 신병교육대, 청학 호국사 등에서 군법회를 지도하게 됐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철마부대에서 이 보살이 떡볶이를 만드는 동안 강 포교사는 ‘참 나를 찾는 행복’을 주제로 법문한다.
“군법당에서는 ‘수마(睡魔)’가 가장 큰 적입니다. 처음에는 불교입문서 위주로 법회를 진행하다가 오랜 고민 끝에 장병들에게 유연함과 강직함을 심어주는 메시지 전달에 중심을 두기로 했지요. 법문과 함께 장병들의 복창을 유도하면서 잠도 쫓고, 참여율도 높이고 있습니다.”(강 포교사)
두 부부의 노력의 결실은 법회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보통 법회 때는 100여명 안팎의 장병들이 모이지만 떡볶이 법회가 있는 일요일에는 2배가 넘는 250명 정도가 모인다. 단지 떡볶이 때문만은 아니다. 떡볶이 속에 담긴 두 사람의 열정과 포교철학 때문이다.
“군불교의 신행활동은 이웃종교에 비해 매우 열악합니다. 숫자도 적을뿐더러 비교적 혜택도 적기 때문이지요. 민간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초코파이 하나, 볼펜 한 자루가 군인들에게는 종교활동의 선택을 바꿀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물질로 그들을 유혹하는게 아니라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겁니다. 단 한번의 향내음, 한 구절의 부처님 말씀으로 평생 불법에 귀의하기를 바라는 서원 뿐 입니다.”(이 보살)
지금까지 든든한 후원을 아끼지 않은 사람은 다름 아닌 이들 부부의 자녀들이다. 강순영(34? 법명 선재행), 수한(32?법명 장심), 희수(31?법명 광명) 씨는 매달 조금씩 모은 돈으로 이 보살의 떡볶이 봉사에 동참한다. 모두 서울 원교사 일요법회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불교학생회를 지도하는 등 신행활동에도 열심인 청년불자들이다. 또 재료준비, 차량지원 등 여력을 아끼지 않는 동료 자원봉사자들도 떡볶이 봉사를 가능케 한 주역이다.
이런 힘을 모아 군포교 활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변의 지원은 턱 없이 부족하다. 돈보다도 떡볶이를 만들 쌀이나 사찰에서 49재를 지내고 남은 사탕, 약과 등 군인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 하나가 더 절실하다. 척박한 군포교의 현실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과 가족의 정을 듬뿍 담은 강 포교사 부부의 떡볶이 한 그릇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