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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차 농가 “우리 차, 사랑해주세요”
찻잎 채취 예년 비해 보름 정도 빨라져
해마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섬진강변은 요즘 골짜기마다 매화와 산수유 꽃망울을 터트리며 잿빛 옷을 갈아입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차산지인 경남 하동의 차밭에도 새순이 조금씩 돋아나 차 향기를 퍼트리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을 앞둔 차 재배 농가를 찾았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화개면 운수리의 효월수제차(대표 이기영).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 대표와 직원들은 차 수확을 준비에 분주했다. 겨우내 묵혀뒀던 찻잎 덖는 무쇠솥 손질을 비롯해 산비탈마다 자리 잡고 있는 차밭의 잡초를 뽑고 거름도 뿌린다. 4월 초면 차를 배우기 위해 몰려드는 수십 명의 제자들을 위해 숙소도 미리 치워둔다.

보통 찻잎을 따는 시기는 곡우(4월 20일) 약 5일 전부터. 하지만 “올해 차 수확은 예년에 비해 보름 정도 빨라질 것 같다”는 것이 이 대표의 말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 날씨가 변덕스러워 차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는 이 대표는 “찻잎은 날씨가 조금만 풀려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버려 정신없이 바빠진다”며 기대에 부푼 모습을 보이다가도 우리 차의 미래에 대해 묻자 표정이 어두워진다.

“요즘 차 마시는 분들 사이에 중국차 바람이 지나치게 불고 있는 것 같아요. 가뜩이나 차 시장 개방으로 값싼 차들이 밀려와 우리 차의 생존이 더욱 위협받고 있다”며 “제다인들이 양질의 차를 생산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차를 마시는 분들도 우리 차를 더욱 사랑해 달라”고 당부한다. (055)882-6247
다음으로 화개장터 입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화개제다(대표 홍소술)로 발걸음을 옮겼다. 5년 전부터 무료 차시음장을 운영하며 차문화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화개제다는 하동 지역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한다. 물론 그만큼 준비해 둬야할 것도 많다. 요즘은 티백 녹차 생산을 비롯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차밭을 일일이 둘러보고 거름을 뿌려두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시음장에서 만난 화개제다 배희정 기획실장은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차 수확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지금이 차 농사꾼에겐 가장 설레면서도 바쁜 시깁니다. 이제 곧 차 수확이 시작되면 화개지역의 모든 농가들이 차를 따고 덖는 일에만 매달려 시장과 가게는 물론 목욕탕마저도 텅텅 빌 정도거든요.”

배 실장은 최근 들어 화개지역의 차 재배 농가가 젊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1960년대부터 차 농사를 시작한 1세대의 뒤를 이어 30~40대의 2세대들이 가업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화개제다 역시 1950년대 중반부터 차밭을 일구어 온 홍소술 대표의 뒤를 이어 넷째 아들인 홍창노 씨가 실질적인 업무를 맡고 있다.

“우리 차, 하동 차 알리기에 힘을 합치자는 움직임이 차를 재배하는 사람들 사이에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외국차가 밀려들어온다 할지라도 질 좋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다면 우리 차의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055)883-2233

4월의 주말엔 가족과 함께 향긋한 차 향기가 넘치는 경남 하동의 차 농가를 찾아보자. 시골 인심이 더해진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마음까지 푸근해질 것이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3-24 오후 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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