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석굴암,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주역사유적 지구 등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불교유적을 어떻게 관리하면 문화재 보존과 활용이라는 두 가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3월 22~23일 이틀간 문화재청이 주최한 ‘세계유산 관리 및 홍보 워크숍’에 참석한 ICOMOS(국제기념물유적회의)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이상해 교수는 지난해 이들 문화유산을 모니터링한 결과, 문화재 관리수준이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는 순간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상품이 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황금’을 ‘돌’ 보듯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인사 장경각은 관리인 1명이 청소 등 최소한의 관리를 하는데만 꼬박 1년이 걸릴 만큼 방대한 규모”라며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이들 문화재를 모니터링한 것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문화유산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국에 보고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이들 3가지 문화유산을 모니터링하면서 “문화유산을 활용하면 관광산업에 대한 안목자체를 높일 수 있어, 세계의 수준 높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음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불국사를 관리하는 경주시 등 지방자치단체에는 문화재담당 인력자체가 부족해 세계문화유산을 따로 관리할 엄두를 내기 어려워 문화유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또 지금처럼 문화유산 근처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매운탕집’으로 대표되는 상업시설들이 관광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문화유산지역과 상업지역을 구분해 질 높은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형보존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해 문화상품화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불국사 석굴암의 예를 들며 불교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하면 한국 불교의 역사와 문화, 인물을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인사 장경각이 자연의 원리에 따른 건축방법으로 7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팔만대장경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처럼, 석굴암도 일제강점기 당시 훼손된 원형을 파악해 이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석굴암 구조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석굴암 원형 회복을 위한 연구모임’ 등을 구성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석굴암의 과학적인 구조와 새벽녘의 경이로운 경관은 세계인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