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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들 탄핵무효선언, 국회의원 참회 촉구
종교인들이 대통령 탄핵 무효를 선언하고 탄핵에 동참한 국회의원 193명에게 참회를 촉구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3월 22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207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단순히 법리적 공방으로 이어지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며 그 이유로 “탄핵결의안은 원천적으로 무효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종교인들은 또 탄핵안에 참여한 193명의 국회의원들에게 결의안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그 길만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길이며 또한 스스로의 잘못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탄핵무효선언, 국회의원 193명 참회촉구
종 교 인 기 자 회 견 문

정의와 진리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이 나라에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세우고자 노력하시는 모든 분들께 존경의 예를 올립니다.

독재와 분단으로 얼룩진 우리 현대사 속에서 민주와 평화의 새 역사를 위해 각기 다른 종단의 자리에서 기도의 행진을 이어 온 우리 4개 종단 소속 종교인들은 오늘 전대 미문의 역사적 위기 앞에서 함께 모여 우리의 뜻을 밝힙니다.

민심이 천심

1. 우리는 지금 중요한 역사적 삶의 전환점에 와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 유례없는 위기를 맞아 우리 사회는 민주와 반민주, 개혁과 수구라는 심각한 사회정치적 갈등과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갑오농민전쟁, 3.1운동, 일제로부터의 해방, 4.19민주혁명, 5.18광주항쟁 그리고 6.10민주항쟁을 통해 끊임없이 싸우고 추구해 온 자유민주주의와 개혁 창조라는 민족적 사명을 이제야 비로소 완결할 수 있는 하늘이 주신 절호의 기회임을 확신합니다. 3.12국회의원들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에 결집된 민심이 이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민심은 천심입니다. 3.12사건 이전에는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민심의 실체를 읽지 못했습니다. 우리 모두 천심인 민심 앞에 겸허하게 머리 숙여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용기 있는 지성인, 국민의 뜻을 따르는 정치인, 그리고 공동선을 지향하는 성숙한 국민의 자세입니다.

우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지만 이제는 그 국회의원들과 함께 미숙함을 고백하고 국민들의 고귀한 뜻을 확인하고 더욱 알찬 열매를 맺고 있는 중입니다. 고난을 통해서 우리는 참으로 큰 소중한 교훈을 얻고 있습니다.

죄성에 대한 반성

2. 때문에 그동안 철저하지 못했기에 근원적 청산을 이루지 못하고 미완의 민주주의 현실 앞에서 안주하며 살아왔던 특히 부패한 정치인들을 식별 없이 맞아들였던 지난 삶에 대해 이 국가적 위기 상황 앞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자신이 반성합니다.

우리는 정치인들의 양심에 호소하며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의 종교적 심성을 함께 확인합니다. 우리는 부패한 정치인들의 올바르지 못한 죄성을 함께 뉘우치며 함께 회심을 촉구합니다. 전국 곳곳을 밝힌 촛불의 의미를 아직은 깨닫지 못하는 그 우매함에서, 민심이 천심임을 읽지 못하는 그 몽매함에서, 우리 모두 깨어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법에 앞선 국민의 삶과 윤리도덕

3. 공동선은 개인의 존엄과 공동체의 선익을 함께 이루는 사회적 원리입니다. 공동선의 기본원리를 망각한 채,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외면한 채, 국회에서의 물리적 숫자를 우위로 윤리적 가치를 짓밟은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입니다.

법이란 무엇입니까. 인간의 아름다운 삶,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는 제도적 합의입니다. 그렇다고 인간의 풍요로운 삶이 결코 법 자체로 환원되거나 법에 갇혀 있을 수는 없습니다. 국민의 삶은 법보다 훨씬 큰 일체의 윤리 도덕적 전승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회법의 자의적 적용이나 기계적 준수만을 강조하여 국민의 삶을 파괴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폭력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법이 사람을 위해서 있지 사람이 법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종교의 기본 가르침입니다.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법은 이미 법이 아닙니다. 국회법을 따라 행했다는 기계적 주장은 바로 국민의 삶을 파괴한 것입니다.

국회의결에 대해 국민들은 잠잠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회의 큰 오만이며 국민의 참여를 단절시키고 국회가 국민위에 군림하고자하는 참으로 무지한 국회 최상주의라는 새로운 독재형태입니다.

국회법 위에 국민이 있습니다. 국민적 염원과 합의를 외면한 채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틀을 무너트리는 위험한 발상이며 국회가 스스로 거짓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탄핵안은 원천 무효

4. 이 모든 원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헌법재판소 그리고 경찰 당국에도 적용됩니다. 문자의 노예가 아닌 참으로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의 뜻을 수렴하는 헌법기관 또는 집행기구여야 합니다. 국회, 헌법기관 그리고 모든 국가기관의 근거와 원천은 오직 국민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또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단순히 법리적 공방으로 이어지는 것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탄핵결의안은 원천적으로 무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국민의 뜻과 시대적 요청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며 창조적 미래를 함께 이룩하는 성숙한 정치인, 공직자, 국민 그리고 헌법기관의 구성원이기를 바라며 각자의 종교심을 모아 공동선이 실현되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호소합니다.

특히 우리는 탄핵안에 참여한 193명의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합니다. 이제라도 깊이 잘못을 뉘우치며 참회하고 자성하는 의미로 결의안을 취소하십시오. 그 길만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길이며 또한 스스로의 잘못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입니다. 잘못을 참회하는 참된 용기를 통해 역사발전의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4년 3월 22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4-03-23 오전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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