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보씨는 대학을 다니다 어느 날 문득 목수로 변신했다. ‘죽을 때 까지 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목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곤 경남 창녕 화왕산 기슭에 작업실 ‘다천산방’을 열었다. 그가 주로 만드는 것은 차와 연관된 목공예품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도 찻상과 다기장, 다반 등이다.
“어릴 때부터 스님들께 한두 잔씩 차를 얻어 마시면서 차를 즐기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차를 마실 때 필요한 것들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누구에게 목공예 기술을 배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있었던 탓인지 지칠 줄 모르는 그의 노력 덕분인지 그의 작품은 “차맛처럼 은은하고 향기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을 손수 만들고 다듬어가는 과정 탓에 개인전도 2~3년에 한 번 정도 밖에 열지 못한다. 그마저도 작업실과 가까운 부산과 대구에서 주로 소개됐다.
“잘 쓰게 만들어 주는 것이 그 물건을 가장 아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죠.”
나뭇가지로 만든 손잡이가 달린 다반도 그의 세심한 배려가 담긴 작품이다. 바닥에 놓인 다반을 들어올리기 쉽게 하는 손잡이 역할도 하지만, ‘다반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큰 나무도 결국 처음에는 나뭇가지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듣고 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만든 작품은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나무의 결과 구멍, 쪼개짐을 그대로 살려두기 때문이다. ‘생긴 그대로’의 모습이다. ‘바보찻상’이라고 이름붙인 찻상은 네모반듯한 다른 찻상들과 달리 울퉁불퉁한 나뭇결을 살린 모습이 ‘바보’로 취급받는 현실을 웅변하는 것이다. 각 작품마다 제작할 때의 느낌이나 계절의 흐름을 읊은 글로 조각해 두는 것도 그만의 특징이다.
“나무는 정성을 들인 만큼 윤이 납니다. 정직한 물건이죠. 만들 때는 쓰는 사람의 마음으로, 쓸 때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으로 한다면 오랫동안 그 가치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 나무를 만지기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는 그는 3월4일부터 서울 종로 가진화랑에서의 12일 간의 전시를 마치고 ‘물소리와 나무향기’ 가득한 자신의 작업실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055)521-2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