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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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들었다> 가난 예찬
흰 구름 사느라 맑은 바람 다 팔았더니
온 집안이 텅 비어 뼈 속까지 가난일세.
머물던 곳 한 칸 띠풀집이여,
지금은 떠나가야 할 때
꺼지지 않는 불길 속 그대에게 맡기네.
(석옥 스님의 열반게)

중국 원나라의 석옥 선사가 원적을 앞두고 고려의 제자 백운 화상에게 편지글로 남긴 열반게다. 맑은 바람을 팔아 흰 구름을 사고 흰 구름을 팔아 맑은 바람을 사는 ‘거래’는 어떤 것일까? 인간 세상의 번잡스러운 인연을 초탈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는 거래일 것이다.

나라의 경제가 어렵다. 입으로 어려운 경제를 걱정하고 몸으로 위축된 시장경제를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정신적 공황까지 느껴지는 그런 불황이다. 이런 시절에도 정치인들의 뇌물 수수와 관련된 이전투구는 그치지 않고 있다.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를 향해 시간이 흐를수록 ‘부정한 돈’을 둘러싼 잡음도 그 양상과 강도를 확대해 갈 것이다.

서민들 살림살이의 가난은 대책이 없고, 위정자들은 ‘말로만’ 가난한 현실. 이 땅에서 오직 국가번영과 민생만 생각하는 정치인, 건강한 기업정신을 가진 경영인, 양심적인 상도를 지닌 상인,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는 공무원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어리석은 짓인가?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그들은 이웃의 배고픔이 나의 배고픔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맑은 바람을 팔아 흰 구름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참 모습을 바르게 깨우쳐 헛된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언제나 가난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여, 이 세상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길 속’이다.
임연태 기자 | ytlim@buddhapia.com |
2004-03-10 오전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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