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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일 스님과 윤광수, 김량관씨가 벌어진 틈을 자로 재며 탑을 살펴보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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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읍 술정리에 위치한 국보 34호 술정리 동탑을 7년째 지키고 있는 혜일 스님. 스님의 끈질긴 노력으로 마을 주민들의 놀이터로 방치돼 있던 동탑의 주변 정비사업이 한창이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문화재청 예산 30억 원 지원이 확정되면서 동탑 보호에만 매달려온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에 기쁨이 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주변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대형 포크레인을 동원해 진행된 철거작업으로 동탑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여러 가지 정황이 발견돼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해 10월, 탑 10m 인근의 가옥 철거 작업이 진행된 후 탑이 기울어진 것 같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탑 답사 전문가를 불러 살펴본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3월 16일 동탑을 찾은 창녕향토사학회 김량관 연구간사와 동탑 속의 유물 14점을 찾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윤광수 씨는 "면석부분에 1.8cm 가량의 틈이 생겼고, 상단부 갑석부분에도 1.2cm 정도가 벌어져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탑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옮겨갈 때 생기며 탑 기울기는 가속도를 받아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김 연구간사는 "탑의 보호를 위해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탑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국보 주위의 정비사업인 만큼 지표조사를 토대로 귀중한 자료들이 소실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데도 해당관청이 이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혜일 스님의 또 한가지 걱정은 동탑 주변 정비사업이 동탑을 공원화하거나 관광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 오히려 동탑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청이 탑에서 30m 인근에 도시계획도로를 내려다 문화재청에 의해 반려된 예를 들면서 인식 부족을 꼬집었다.
2002년 동아대박물관의 지표조사 결과 동탑이 인양사라는 대규모 사적지의 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마땅히 사적지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게 스님의 주장. 뿐만 아니라 지표조사를 토대로 한 발굴조사, 그에 따른 복원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변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창녕군청 관계자는 "그 정도 진동에 탑이 기울어졌을 리 없다"며 스님의 과민반응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사적지 지정 요구에 대해서도 "주변 토지 매입과 철거 작업을 우선 시행한 후 문화재청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또한 동탑의 피해를 걱정하던 스님은 16일 문화유적답사회 김환대 회장과 동탑에 인근한 보물 520호 술정리 서탑을 찾았다가 또 한번 놀랐다. 서탑 역시 훼손이 심각했다. 인양사지의 쌍탑으로 인양사의 규모를 가늠케하는 탑인 서탑 역시 보물을 알리는 돌인 지표석이 뿌리째 뽑혀있고 상층 기단이 눈에 띌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곧바로 스님은 문화재청, 지역 문화재 관계자들에게 눈물로 탑 보호를 호소하고 나섰다.
혜일 스님은 "7년의 노력으로 맺은 주변정비사업이 복원 불사로 이어지도록 더욱 정진할 것"이라며 "불교문화재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제대로 보존, 복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