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불상(無佛像) 시대 이후 불상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곳, 간다라 지역. 지난 2월 파키스탄 탁실라 조울리안(Joulian) Ⅱ 사원지에서 국내 연구진으로서는 처음으로 발굴조사를 벌인 동국대 문명대 교수팀(한국미술사연구소 부설 한국불교미술사학회)이 불두(佛頭) 1점, 불신(佛身) 4점, 얼굴모양 토기식 탈 파편 1점 등 유물을 출토했다.
이번 발굴은 문 교수팀이 한국불교미술의 원류를 이해하기 위해 시도한 간다라 고대문화교류 연구로 조울리안 Ⅱ 사원지는 탁실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지인 조울리안 Ⅰ 사원지에서 200m쯤 떨어져 있다.
이번에 출토된 불두는 길이 19cm, 폭 12cm 크기로 갸름한 얼굴에 신비로운 눈, 오똑한 코 등 전형적인 그리스계 미인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불두는 굽타 시대 이전 유물로 삼국시대 불상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이 문 교수의 설명이다.
문 교수는 이번 발굴조사의 최대 성과로 불두 발굴을 들며 “조울리안 Ⅰ 사지에서 출토된 불상들과 마찬가지로 이 불두도 삼국시대 초기 불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여 간다라 문화교류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자료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얼굴모양 토기식 탈은 사선이 그어진 굵은 눈썹과 동그란 눈, 이마의 특이한 무늬 등이 기하학적으로 표현돼 있다. 이 탈은 서역인으로 알려져 있는 신라시대 처용(處容) 탈과 비교할 수 있어 간다라 문화 수용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간다라 지역에서도 처음 출토된 것이어서 파키스탄 고고박물관청 측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또 함께 발견된 등잔은 사원의 벽을 파고 그 속에 불상 등을 넣어두던 벽감(壁龕) 속에서 사용하던 모습 그대로 출토됐다.
파키스탄 탁실라는 쿠샨 왕조의 수도로, 유명한 불교 사원들이 즐비해 신라의 경주나 당나라 장안(長安)과 비교되는 곳이다. 문 교수는 산악 능선을 따라 사원이 즐비해 있어 마치 경주 남산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단다.
문 교수에게 간다라 지역 발굴조사는 한국불교문화의 근간을 이해하기 위한 오랜 숙원이었다. 처음에는 발굴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기회가 생겨 다행이라는 문 교수는 자신에 이어 불교계에서 발굴조사를 계속해 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현재 일본, 이탈리아, 영국 발굴팀이 파키스탄 여러 곳에서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파크스탄도 언젠가는 발굴이 제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1차 발굴에서는 조울리안 Ⅱ 사원지 탑 벽면에 두껍게 회를 바른 후, 붉은 색으로 채색한 흔적이 남아 있어 2005년도에 실시할 2차 발굴에서 채색벽화의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