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운동은 무엇일까? 정답은 우슈(‘무술’의 중국발음)다. 세계 100여 개국에서 최소 14억 명이 건강을 위해 우슈를 챙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우슈는 바로 태극권. 태극사상과 음양오행설에 기초한 중국의 전통무술 태극권은 부드러운 자세와 느린 동작을 이어가는 무술이다. 이는 타격기술 중심의 소림권 등과 달리 내공의 단련을 주목적으로 삼아, 심신 수련에 관심이 많은 웰빙족에게 인기가 높다.
이 같은 태극권이 건강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돼 눈길을 끈다. 3월 15일 국민생활체육 서울특별시우슈연합회 등이 진가태극권 11대 장문인 진소왕 노사를 초청해 마련한 ‘태극권과 건강양생’ 심포지엄은 지난 20여 년 간 진행된 ‘태극권의 건강양생적 효능’ 관련 연구들을 되짚어보는 자리였다. 이들 연구 결과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심장기능 강화= 미국 보스턴 소재 터프츠-뉴잉글랜드 메디컬센터의 연구팀이 심장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태극권이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47건의 사례를 통해 연구했다. 그 결과 “심혈관 및 호흡기능에 관한 연구에서 태극권의 긍정적인 효과가 보고되고 있으며,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은 환자와 심장발작, 급성심근경색 등의 환자에게도 좋은 효과가 있었다”고 <더 아카이브즈 오브 인터널 메디슨(The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최신호를 통해 밝혔다.
정밀영상진단클리닉 하트스캔 조현미 내과과장은 “태극권은 안전ㆍ흥미ㆍ효과의 3박자를 두루 갖춘 건강지킴법”이라며 “오랜 투병이 일상화된 심장질환자들에게 무리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근력과 평형성 회복=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김철민 교수는 2000년 <가정의학회>지를 통해 “태극권이 근력, 근지구력, 평형성 등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이는 태극권의 독특한 운동형식과 관계가 깊다. 태극권은 단순 직선운동을 표방하는 서양식 스트레칭과는 달리, 호흡조절을 병행하는 가운데 나선형 동작을 취하며 체중을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꽃마을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영신 한의사는 “태극권은 인체가 허리와 단전에서부터 사지의 끝에 이르기까지 내장, 근육, 관절 등을 순차적 또는 역순으로 회전하는 운동”이라며 “이 같은 나선형 운동형식은 근력과 평형성 회복뿐만 아니라 경락소통과 기혈운행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노년기 건강 증진= 미국 케이스 웨스턴 대학의 패트리셔 애들러 박사는 “16가지 동작으로 구성된 태극권이 노인들의 만성 관절통을 현저하게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2001년 간호학 전문지 <간호학>을 통해 밝혔다. 애들러 박사는 68~87세의 남녀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10주에 걸쳐 매일 한시간씩 태극권 운동을 하게 한 결과, 손상된 관절의 혈액순환이 개선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태극권이 관절을 받쳐주는 연골의 기능을 강화시킴으로써 관절구조를 안정시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태극권 관절운동(Tai chi for Arthritis: 타이치) 또한 개발돼 화제다. 이는 호주의 중국인 의사 폴램 박사가 만든 것으로, 서울대 간호대 이은옥 교수ㆍ순천향대 간호대 송나윤 교수 등이 2000년부터 체계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하고 보급하기 시작한 운동이다. 송나윤 교수는 “타이치는 100명이 넘는 관절염 환자들에게 적용해 효능을 확인한 치료법”이라며 “앞으로 보건소나 문화센터 등에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의=(02)534-9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