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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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으로 부르는 수화 노래
부산농아인불자회 하루찻집
부산농아인불자회와 수화봉사모임 심여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하루찻집이 열린 전통찻집 ‘산머루’. 발디딜틈조차 없이 가득한 사람들과 무대에서 펼쳐지는 수화 공연 때문에 찻집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절로 멈추어졌다. 찻집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눈이 모두 찻집 주방 옆에 마련된 임시 무대에 고정되어 있고, 그 무대위에선 농아 불자인 임희규씨의 수화 노래가 한창이었다.

단순한 수화가 아닌 온 몸으로 부르는 그의 노래가 일순간 찻집을 찾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가 소리 없이 부르는 노래는 더욱 간절해져갔다. 노래 가사 때문일까? 그의 표정과 손짓, 몸짓이 때론 춤인 듯 때론 절규하는 몸짓인 듯 강렬했다.

그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었다.
‘한때는 세상이 싫었어요. 그러나 부처님을 알고부터 세상이 밝아졌어요. 한때는 나마저도 싫었어요. 그러나 부처님을 알고부터 모두를 사랑하게 됐어요.’ 소리가 되진 못한 노래가 임희규씨 손끝을 따라 관객들에게 전해졌다. ‘부처님을 사랑한다’는 마지막 가사를 표현하는 임희규 불자의 몸짓이 끝나자 함께 한 농아불자들은 물론, 그곳을 찾은 많은 관객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박수를 보냈다.

이어진 무대는 임희규 불자의 딸 수진이와 함께 한 무대. ‘나누는 기쁨’이라는 노래를 부녀가 함께 했다. 아빠를 따라 고사리손으로 수화 노래를 부른 수진이는 농아가 아니다. 수진이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아빠와 딸은 박자 하나 틀리지 않고 수화 노래를 함께 했다. 노래의 간주 부분, 땅에 주저앉은 딸에게 두 손을 뻗어 일으켜 세우는 아빠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의 하루찻집은 12시, 3시, 6시 세 차례 수화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공연이 열렸다. 공연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고 가야금 병창, 심여회 회원들의 수화 노래 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하루 찻집을 성황리에 마친 농아불자회와 심여회 회원, 이들을 뒷바라지 해온 도원스님은 내년에 찬불가 수화발표회를 개최할 용기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도원스님은 “소외됐던 농아불자들이 용기를 내 마련한 하루찻집과 수화 공연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어 가슴 깊은 곳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화찬불가 발표회를 비롯 농아인에 대한 관심을 일깨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원스님과 농아불자회, 심여회 임원들은 17일 모임을 갖고 하루찻집을 결산하고 향후 장애인협회에서 추천을 받은 불우 농아인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회향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천미희 기자 | mhcheon@buddhapia.com |
2004-03-16 오전 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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