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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틀을 넓혀 보세요”
중앙대 템플스테이 과목 첫 수업
첫 수업부터 학생들은 "틀에 박힌 지식 위주가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는 수업이라 좋다"고 이구동성. 중앙대 '템플스테이' 강의는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고영배 기자
“자, 눈을 감아보세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기 이름을 불러봅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미소를 지어보십시오. 내가 나 자신에게 사랑의 마음을 보냅니다. 내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를, 마음이 평온하기를, 내가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3월 8일 오후 3시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6101강의실.
“4주 수업 후 4월 중순경 30명씩 조를 나눠 마곡사에서 2박3일 일정의 템플스테이가 있고….” 이 대학 교양학부 최달호 계장의 수업 안내에도 마냥 시골장터 같기만 하던 170석 대형 강의실에 순간 적막이 내려앉았다.

중앙대학교가 ‘내 마음 바로 보기’란 이름으로 개설한 교양선택 과목의 이날 첫 강의가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이유는 두 가지로 모아지는 듯하다.

10분만에 170명 신청 끝, 야간에도 강좌 개설

우선 산사체험 프로그램인 템플스테이가 불교 종립대학도 아닌 일반대학의 3학점짜리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됐다는 사실이 주목거리였다. 수강신청 10분 만에 170명 정원이 다 차버리는 진기록도 세웠다. 미처 수강신청을 못한 학생들의 항의 때문에 계획에 없던 야간 강좌까지 개설했다.

마곡사에서 ‘자비명상’이란 템플스테이 명상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는 포교국장 마가 스님이 강의를 맡았고, 교재도 필기구도 필요 없다는 점 등 수업은 시작부터 흥미를 돋웠다. 밑도 끝도 없이 두 사람씩 짝을 맞춰보라고 한다. 짝을 맞추고 나자 이번엔 “말을 하지 말고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며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바라보세요. 고개를 돌리고 싶다면 돌리고 싶은 그 마음을….”

그리고 다시 “서로 손을 잡고 마음을 보내”보란다.
“내 손을 잡고 있는 이 사람도 나와 똑같이 삶에 대해 외로움과 고통과 절망을 겪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내 손을 잡고 있는 이 사람의 마음이 평온하기를, 행복하기를,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수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자기 얼굴을 꽃처럼 예쁘게 만들어 보십시오. 자기가 봐도 예쁜 미소를 만들어 보십시오. 목을 가다듬고, 자기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목소리로, 자기가 느끼기에 상대방이 갖고 있는 멋진 부분을 얘기해 보십시오. 헤어스타일, 눈, 코, 입, 머리핀도 괜찮습니다. 서로 주고받아 보세요.” 여기에도 규칙이 있었다.

A: ‘당신 눈이 유리구슬처럼 예쁘네요.’(1단계) B: ‘내 눈이 유리구슬처럼 예쁘다고 하시니 기분이 좋네요.’(2단계) 당신의 입술도 앵두처럼 섹시해요.(3단계)’

사진=고영배 기자
“마음을 표현하세요” 주문에 학생들 쑥스러운 듯

강의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잘 하고 있나 감시(?)하던 마가 스님이 긴급 발언을 했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말고 현재의 내 기분, 내 마음을 표현해 주세요. ‘내 마음 바로 보기’잖아요.”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듯 하자 사람을 바꿨다. 다른 사람을 찾아 조를 이루라는 주문이다. 그리고 다시 4명이 한 조가 됐고, 두 사람이 앞의 세 가지 규칙에 따라 얘기하면 나머지 두 사람이 지켜보기.

이번에는 외면적인 부분이 아닌 내면적인 부분들, ‘당신 참 ~하네요.’ ‘참 이런 것을 잘 할 것 같아요.’ 오늘 이 시간에는 긍정적은 부분들만 나누는 겁니다.”

한 조가 다시 8명으로 커졌다. 이번엔 손을 옆 사람이랑 십자로 만들어 잡고 손떼지 않고 원 만들기. 원도 계속 커져갔다. 8명이 성공하면 16명. 다시 32명으로….

이쯤 되자 강의실은 아이들 놀이터처럼 되었다. 마침내 하나의 원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으나 아깝게 실패.

마가 스님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10분 동안 한 게 실패했습니다. 눈을 감으세요. 내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느껴보세요.”

수업의 마무리는 역시 ‘숙제 내기’였다. 앞의 세 가지 방법으로 하루에 한 사람씩 모두 7명과 대화하기와 각자의 이름표 뒷면에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말고 자기 이름 짓기. 동식물도 괜찮고 형용사도 괜찮고, 남들에게 불리고 싶은 이름을 지으면 된다. 준비물도 있다.

다음 수업 시간에는 각자 손거울 하나씩을 준비해 오란다. “재미있는 장난을 해 볼 게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고영배 기자
새롭다, 나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손으로 카메라를 한 번 만들어보세요. 스님 얼굴만 클로즈업해서 찍고, 다음엔 좀 더 넓게. 이번에는 칠판까지 다 보이게 찍어 보세요. 우리는 각자가 갖고 있는 이 틀에 맞춰 무언가를 평가합니다. 내 안에 있는 이 틀, 잣대, 눈금이 좁을수록 날카로워지고 공격적이고 신경질적이 됩니다. 이 틀을 조금 넓혀보자고 이 강좌가 마련됐습니다.”

한 판 놀이에 가까웠던 두 시간이 지나자 학생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강의 내내 꽤나 열심히 시키는 대로 하던 김철현(건축공학과 98학번) 군은 “새롭죠”라고 말했다. 이어 잠시 생각하던 김 군은 “지식 위주가 아니고 내가 아닌 다른 것을 알아가는 공부인 것 같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정민(물리학과 00학번) 양은 “지금까지의 수업은 하나의 틀에 꽉 맞춰서 주면 받는 식이었는데, 같이 생각해 보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고 했다.

‘템플스테이 정규 교과목 채택’의 산파 역할을 한 최달호 교양학부 계장은 “재작년 해인사 여름수련회에 참여하고 나서 나 스스로 많은 변화를 느꼈다”며 “종교적 관점을 떠나서 학생들에게 마음의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에서 학교에 적극 추천했다”고 말했다.

사진=고영배 기자
인터뷰- 마가 스님

● 반응이 폭발적이다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면 이런 데 와서 쉬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숨 돌리고 재도전할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했으면 싶다.”

● 수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명상이란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은 ‘지금 여기’라는 것이다. 자기 내부를 바라봄으로써 순간순간 내면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다.”

● 학생들이 이것 하나 만큼은 얻어갔으면 하는 게 있다면
“가만히 쉬는 것을 통해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을 배웠으면 한다. 사실 쉰다고 하면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지 않느냐. 뇌 작용은 계속 일어나고. 그러면 변화가 없다. ‘쉰다’라는 것은 ‘놓아버리는 것’인데 ‘놓는 방법’을 배우는 공부다.

● ‘자비명상’은 어떤 것인가
“방 안에 불을 켜면 불빛이 방안을 비추고 나서 창밖으로 새나간다. 내 안의 어둡고 부정적인 것들을 버리고 환하게 밝히고 나서야 그것들을 이웃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내 속에 부정적 요소가 있다면 먼저 드러내고, 끄집어내는 방법이다.”
권형진 기자 | jinny@buddhapia.com
2004-03-15 오전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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