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관련, 종교지도자들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3월 13일 코리아나 호텔에 모인 종교지도자들은 호소문 통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것은 실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국민의 정신적 등불임을 자임해왔던 우리 종교계는 이러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음에 깊은 자책을 느끼고 국민 앞에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가 빨리 종결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정신적 충격에 빠진 국민 여러분께서도 향후 정치 일정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상생의 정치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이러한 일들은 상생의 정치가 실현되지 못해 생겨난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인정할 때 나의 말이나 행동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남의 행동을 탓하거나 매도하지 말고, 서로 인정해야 자신의 뜻도 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고 권리에 최선을 다한다면 IMF를 극복한 것처럼 다시 우리 삶과 국정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국민 호소문 발표장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길자연 회장, 천주교 최기산 주교, 원불교 이명신 교무, 유교 이재정 총무차장, 천도교 김철 교령, 한국민족종교협회회 한양원 회장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대국민 호소문 전문.
대국민 호소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것은 실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의 정신적 등불임을 자임해왔던 우리 종교계는 이러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음에 깊은 자책을 느끼고 국민 앞에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국회는 나라와 민족의 발전과 국민의 평안한 생활을 위한 대화와 타협의 장입니다. 하지만 국회가 그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한 지 오래이고, 정치는 거듭된 갈등과 반목으로 국민들로부터 염증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오늘,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태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갈등과 반목의 낡은 정치를 종식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종교계는 오늘의 이 난국을 국민 여러분과 더불어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가 빨리 종결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또한, 정신적 충격에 빠진 국민 여러분께서도 향후 정치 일정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상생의 정치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은 IMF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도 이겨낸 지혜로운 국민입니다. 이번 대통령 탄핵사태도 대내외적으로 국가의 위신이 떨어지고, 헤쳐나가야 할 앞길이 첩첩하기만 한 위기상황이라 할지라도 단합된 국민의 힘으로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힘과 의지를 모아서 이 정치적 위기를 오히려 정치발전의 기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새로운 정치문화 조성을 위한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종교계를 대표하는 우리 종교지도자들도 국가적 어려움과 국민의 고통이 하루속히 해결되고 국민 모두가 평온한 본연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04. 3. 13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