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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불가가 아닌 젊은이들이 즐겨 듣는 대중음악에서 이런 가사가 흘러나온다면? 실제로 이 노래는 한 젊은 힙합 뮤지션이 부르는 랩 가사의 일부다. 힙합 리듬과 강한 비트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자신의 철학을 쏟아내는 뮤지션 MC 스나이퍼(26ㆍ본명 김정유). 가장 한국적인 랩을 하는 뮤지션으로도 유명하다. 3월 18일 3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그를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났다.
“가사에 직접적으로 ‘불교신자’, ‘관세음보살’이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저희 스탭들이나 기획사 쪽에서는 너무 종교색이 짙다고 반대의견도 많았어요. 하지만 제 노래에는 진실한 나의 내면, 진짜 나를 담아내고 싶어 고집을 꺾지 않았죠.”
MC 스나이퍼가 노래를 통해 불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고집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1, 2집부터 ‘육도윤회’, ‘49재 진혼곡’ 등 제목만으로도 불교적인 곡들을 발표해왔다. 게다가 일종의 힙합음악 패밀리라고 할 수 있는 그의 클랜(Clan)은 아예 ‘붓다 베이비(Buddha Baby)’라 이름 붙였다. 불교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서일까, 그의 노래에서는 일반 힙합음악에서 접할 수 없는 철학적 무게가 느껴진다.
“힙합 곡들은 ‘나 멋지다, 잘났다’나 ‘놀아보자’ 식의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저는 그것보다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자기 안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하려 노력하죠. 더 나아가 노래로 대안을 던져줄 수도 있어야 하고요.”
특히 이번 3집 앨범은 한국 힙합음악에서 볼 수 없었던 주제들이 많이 다뤄졌다. ‘신의 시’, ‘마음 난리’ 등 개인적인 경험, 사회문제에 대한 풍자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담은 18곡이 선보이게 된다.
MC 스나이퍼의 음악세계가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사고뭉치인 그의 손을 이끌어 법당에서 함께 눈물로 참회기도를 하고, <유마경>, <달마 이야기> 등의 책을 통해 그의 가슴에 교훈을 심어줬다. 지금도 매번 앨범발매를 앞둔 시기에는 한달 씩 고향 충북 제천 근처의 사찰에서 아들을 위해 기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얼마 전 MC 스나이퍼는 일본 뮤지션 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에 래퍼로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영화 ‘마지막 황제’, ‘리틀 붓다’등의 음악을 담당했으며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한 세계적인 거장이다.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한 친구들은 자기 멋에만 빠져있는데, 오히려 일본음악계에서 신격화 돼 있는 사카모토 선생님은 모든 사람들을 겸손으로 대하시더군요. 그 모습에서 ‘큰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에게 ‘하심’을 보여준 사카모토는 그와 작업하게 된 계기를 ‘우리는 인연’이라는 한마디로 대답하기도 했다. 이 특별한 인연으로 탄생한 노래 ‘언더쿨드(undercooled: 채 식지 않은)’는 제목의 뜻처럼 사람들의 채 식지 않은 사랑, 상처, 마음에 대한 곡이다. MC 스나이퍼는 사카모토의 아름다운 선율 위에 이라크 전쟁의 아픔을 랩을 통해 전달하려 했다. 한국어로 된 랩이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곡을 탄생시키려 노력했단다.
앞으로 그는 3집 활동과 함께 이달 말부터 방송 출연과 크고 작은 공연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리고 5~6월쯤에는 가장 큰 과제인 군입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힙합 리듬 속에 불교를 싣는 음성포교사 MC 스나이퍼. 그의 힘 있는 랩을 통해 전 세계에 불법이 노래될 그 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