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3월 1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국정이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불교계 지도자들과 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하며 탄핵정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국민 단합과 지혜를 강조하고 나섰다.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탄핵안 가결 즉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결과는 국회가 국민의 뜻을 모아 국가와 국민의 안녕과 발전을 위한 논의의 장임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며 “더 이상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치권과 정부는 비상한 각오와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은 “여러 가지 상황이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지경까지 온 데 대해 유감스럽다”며 “사회가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극단으로 치닫기 보다는 안정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운덕 스님은 “경제를 회생시키고 총선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는 화합이 필요하다”며 “원융화합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각종 통리원장 효암 정사는 “헌정 이후 처음 경험하는 대통령의 탄핵을 깊이 우려한다. 목적을 위한 힘의 대결은 무능이이며, 정법으로 가는 길은 느릴 수는 있으나 항상 목적지에 도달한다”며 “국민들의 큰 자비, 큰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극복하길 기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실천승가회, 재가연대, 대불청, 불교여성개발원 등 불교계 단체들도 공식 또는 단체장 등의 입장 표명을 통해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박광서 상임대표는 “정치권의 기 싸움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됐다. 정치인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고, 조계종 중앙신도회 사회연대위원회 김규범 위원장은 “정치권의 잘못으로 선량한 국민들만 또 피해를 보게 됐다”며 정치권을 비난했다.
대불청 정상옥 회장과 불교여성개발원 이인자 원장은 이구동성으로 “어쩌다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상황까지 오게 됐는지 개탄스럽다. 서로가 조금씩 물러서는 지혜가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치적 상황은 1884년(고종 21) 갑신정변에 이어 120년 만인 2004년에 일어난 정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