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하는 것은 이미 상투적인 말이 되었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문화가 종교·산업 등 사회 전반에서 핵심 단어로 인식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주문화원(원장 김태중)이 최근 발간한 <경주문화논총 6집-경주 남산 유적 연구 특집>에 실린 논문 ‘경주 남산의 문화콘텐츠화 및 문화산업화 방안’(이정옥 위덕대 동양어문학부 교수)은 경주 남산 문화재를 문화산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흔히 ‘문화콘텐츠’라 하면 애니메이션·캐릭터·게임·음악 등으로 제한해 생각하지만, 천년의 역사를 지닌 문화재를 문화콘텐츠로 개발하면 문화산업으로 손색없는 자원이 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노천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불교문화재(지정문화재 41점, 비지정문화재 631점)를 지닌 경주 남산을 어떻게 문화자원으로 재가공할 수 있을까? 이 교수는 △남산 문화재와 관련된 자료를 총망라해 디지털 기술로 종합하는 데이터 베이스(DB) 구축 △문화재의 디지털 복원, 자료화 △교육컨텐츠 개발을 통한 컨텐츠 재생산·확대 △문화상품화 등 문화산업으로 발전이라는 네 단계를 제시한다.
이 중 문화재의 디지털 복원은 일반인에게는 고대 문화의 가상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가들에게는 문화재 원형을 보존하는 첨단의 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국 등지에서 ‘3차원 고고학(Virtual Archaeology)’으로 알려져 있는 이 방법은 과거의 사료와 고증을 거쳐 문화재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재탄생시킨다. 이 작업을 거치면 불상의 경우 잘 잡아 내기 어려운 눈매, 입술, 콧방울 등 원형에 가까운 미세한 특징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교수의 설명이다.
황룡사 9층탑,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등 실제로 디지털 복원을 통해 문화재의 향후 훼손을 대비하고, 원형 기록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익산 미륵사지 석탑 등 석탑 3기를 선정해 올해 하반기부터 ‘석조문화재 실측조사와 첨단조사 연구기술 개발 사업’을 전개, 이들에 대한 3차원 입체원형자료를 남긴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남산 문화재를 정보기술과 교과과정을 접목한 전자 교과서로 개발하고,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한 영상자료화와 가상체험 시스템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정부나 문화재 관련 단체들은 문화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