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태어나서 자라고 깨달음을 얻은 곳이 인도(현재는 네팔)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교’가 고대 인도의 사상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나 무상과 무명, 욕망, 업, 윤회 그리고 해탈 등이 인도철학에서 사용한 기본 용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도서출판 민족사에서는 최근 고대 인도에서 생겨나고 이어져 온 불교가 그 시대의 정치 경제적 상황과 사상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살펴보는 두 권의 책을 펴냈다.
경상대 권오민 교수의 <인도철학과 불교>는 인도철학과 불교의 관계와 그 흐름을 조명하고 있다. 대학에서 ‘인도철학과 불교’란 강좌를 맡아 강의하고 있는 지은이는 “지금까지는 기존에 발간된 책을 교재로 사용하다보니 어느 해에는 인도철학을, 어느 해는 불교를 중심으로 강의할 수밖에 없었다”며 “개론서들 대부분이 역사성과 다양성을 무시하고 불교를 전체적으로 ‘하나’로 기술하려는 우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불교는 단일한 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지역에 따라 전개된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체계라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은이는 ‘인도’라는 동일한 풍토와 사유구조 속에서 발생한 인도철학과 불교의 관계를 살피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먼저 ‘인도철학의 일반적 특성’에서는 정치적 격변과 지리적, 인종적, 언어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정체성과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인도의 특징과 인도철학의 일반적 특성을 살핀다.
이어 ‘인도의 전통철학’에서는 <우파니샤드>와 <바가바드 기타> 그리고 인도의 반(反)전통철학인 차르바카의 유물론, 육사외도, 자이나교의 고행 등이 가지는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인도의 불교철학’은 부처님의 생애를 통해 보는 초기불교의 가르침부터 아비달마불교, 대승불교의 성립배경과 그 사상, 중관학파의 기원과 사상 유식, 여래장 사상의 기원과 발전과정 등을 짚어보면서 보는 순서로 구성된다.
<인도철학과 불교>가 불교의 사상사적 기반과 그 흐름을 살폈다면 <고대인도사회와 초기불교>는 고대 인도의 시대적 상황을 살피고 있다.
델리대학 미란다 하우스 교수인 우마 차크라바르티는 불교가 생겨나고 발전해 온 당시 사회 속에서의 의미를 파악한다. 지은이는 “역사적 문헌에 있어 붓다와 그가 살았던 사회, 그리고 이 둘의 연관관계를 다루는 사회사 분야에는 아직 많은 공백이 있다”며 “초기불교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사회적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붓다의 가르침을 좀 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불교를 이해하는데 있어 종교적 신화와 설화에 근거한 초역사적 불교이해가 아니라 역사의 산물로서의 불교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부처님이 살았던 B.C. 6세기 인도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종교적 환경 속에서 불교가 어떻게 탄생하고 자리매김했는지를 문헌을 통해 고찰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적 영역의 확대, 정치적인 통합, 새로운 사회ㆍ경제적 계급의 대두로 특징되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하나의 대안으로서 새로운 사상을 일으켜 세우고자 한 부처님의 고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당시 사회 경제적 주요 계층으로 대두된 ‘거사(gahapati)’의 뜻과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불교의 성장과정에서 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박제선 씨는 “사성평등론과 변성성불론을 들어 부처님이 당시의 모든 계급제도를 타파하려 했다거나 여성에 대한 차별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시각은 불교를 역사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며 “부처님이 펼친 사상과 현실 상황과 역사적 한계 등을 함께 보게 된다”고 말한다.
<인도철학과 불교>(권오민 지음, 민족사, 1만3천원)
<고대인도사회와 초기불교>(우마 차크라바르티 지음, 박제선 옮김, 민족사,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