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케네디와 에드워드,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그레고리, 윈스턴 처칠과 랜돌프, 토마스 에디슨과 토마스 주니어, 마하트마 간디와 할리랄, 폴 고갱과 에밀, 조지 5세와 에드워드 8세…등. 이들의 공통분모는 부자(父子)지간이다. 공통점을 하나 더 들자면 여기에 등장하는 자식들은 모두 부모들을 울렸다는 것이다. 왜 이들은 위대했던 부모를 닮기는커녕 비뚤어진 길로 나갔을까. 거대한 떡갈나무 옆에서 자라는 어린 잎은 정작 햇볕을 보기 힘든 것일까. 세계사를 풍미한 10명의 남자들과 그들의 못난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 저자는 ‘잘난 부모들이 바로 자식을 그렇게 만든 주인공이다’라고 쏘아 붙인다. 그만큼 아버지의 부와 명성을 딛고 편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것 같지만 실제 자식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은 것 같다.
1898년 발명왕 에디슨의 장남 토머스 주니어가 사기죄로 고발 당했다. ‘전기 활력 회복기’라고 이름붙인 가짜 건강 기계를 만들어 ‘감기나 운동 장애’ 뿐만 아니라 만병통치의 효능이 있다고 광고하며 시중에 판매하다 적발된 것이다. 보다못한 에디슨은 아들의 회사를 고소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아들의 회사는 문을 닫았다. 둘째 윌리엄도 똑같았다. 여러 사업에 손을 댔으나 하는 일마다 실패한 윌리엄은 결국 매주 40달러씩 아버지가 보내주는 돈으로 연명해야 했다. 아들들이 이 지경이 된 건 에디슨의 책임도 있었다.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에디슨은 늘 공교육을 부정했고 아들에게도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에디슨은 늘 바빴고 자식들은 무식하고 병든 어머니 밑에서 자라야 했다.
처칠도 마찬가지였다. 1963년 미국의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 ‘6만4천달러의 질문’에 영국 런던에서 건너온 52세의 중년 남자가 출연했다. 우승 축하파티를 위해 정원에 목련나무까지 사서 미리 심었다며 기고 만장했던 이 남자는 두 번째 문제에 걸려 망신만 당한 채 퇴장해야 했다. 이 남자가 바로 어린시절부터 경박하고 싹수 노랗기로 유명했던 처칠의 외아들 랜돌프다. 대학을 중퇴하고 사교계에 심취했던 랜돌프는 정치를 하겠다며 24살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그러나 무려 6번이나 떨어졌고 타고난 낭비벽 때문에 고생을 하다 결국 술 때문에 57세의 나이로 죽었다.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인 간디의 아들은 어땠을까. 아버지의 삶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 간디의 큰 아들 할리랄은 친구에게 사기를 치고 술과 여자에 빠져 사는 등 방탕한 생활을 했다. 원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지배하려 했던 아버지 때문이었다. 간디는 아들을 늘 무시했다고 한다. 할리랄의 기행은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들의 비애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자신의 뒤틀린 욕망을 자식들에게 강요한 케네디와 록펠러, 자신의 이기적 성취욕을 달성하기 위해 자식을 내팽개쳐 버린 헤밍웨이와 고갱, 아이를 부모의 분신으로 여기며 자식의 인격권을 인정하지 않은 조지 5세와 막시밀리안 2세 등의 일화가 소개돼 있다.
‘자식은 부모의 지나간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부모의 왜곡된 욕망과 행동이 자식들에게 어떻게 전수되며, 또 그들의 삶을 얼마나 심각하게 일그러뜨리는지를 반성하게 한다. 새학기 출발을 앞둔 학부모들에게 효과적인 자녀교육 지침서이다.
■책속의 밑줄 긋기
▲서민이든 위대한 부모이든 그리고 불초자식이든,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참으로 말로 설명하기 힘든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엄청난 고뇌를 대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평범한 인생에 만족감을 얻기도 하고 아쉬운 한숨을 내쉬기도 할 것이다.
▲타고난 광기와 예지력을 극대화시키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걸출한 작가로 이름을 남긴 헤밍웨이. 그가 소설로 아들의 불안한 미래를 예견하기 전에 따뜻한 부성으로 아이를 안아주었으면 어땠을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레고리의 삶과 죽음이 남기는 안타까움이 너무도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아무런 실무 경험도 없고, 부정한 대리 시험으로 퇴학을 맞고, 습관처럼 만취운전을 하는 등 테드는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성격적으로도 공황에 빠지기 쉬웠으며 급할 때는 아버지에게 의지하는,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였지만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물이었다. 그 테드를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원의원으로 만든 사람은 아버지 조였다. 테드는 케네디 가의 형제 가운데서도 아버지의 로봇 같은 성격이 가장 강하다. 테드라는 인격은 아버지가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위대한 남자들도 자식 때문에 울었다
모리시타 겐지 지음/양억관 옮김
황소자리
1만1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