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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 서울예술 뮤지컬 감독은 “이런 이유로 그동안 불교뮤지컬은 거의 전무했던게 사실이었다”며 “현재 ‘맘마미아’ ‘캣츠’와 같이 뮤지컬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에 맞춰 불교계도 문화의 효자종목이 될 수 있는 뮤지컬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을 2주 앞두고 뮤지컬 ‘나부상화’와 ‘오세암’을 미리 만나봤다.
▲나부상화
강화 전등사 대웅전에 가면 네 추녀를 떠받치고 있는 기괴한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대웅전을 만든 도편수의 돈을 훔쳐 달아난 술집 작부의 상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원숭이상이라고도 한다. 정확한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숱한 작가와 묵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옛날 도편수께서 /딴 사내와 달아난 /온수리 술집 애인을 새겨 /냅다 대웅전 추녀끝에 새겨놓고 /네 이년 세세생생 /이렇게 벌받으라고 한 /그 저주가…’와 같은 고은 시인의 시처럼, 묵객들은 추녀밑 괴상을 나부상이라 이름붙여, 신화와 전설의 소재로 삼았다.
극단 예우(대표 박병모)는 전등사(주지 계성)와 함께 오는 3월 25일에서 5월 9일까지 대학로 세우 아트센트에서 이 나부상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올린다. 우봉규씨가 시나리오를, 박근형씨가 연출을 맡은 이 뮤지컬은 ‘나부상화’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 뮤지컬의 역사적 배경은 여말선초다. 자신에 의해 몰락한 왕족들의 후한이 두려운 이성계는 왕족들의 신임이 가장 두터운 당대제일의 문인 왕동량을 잡아 고문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는 저항하지만, 처자식에게 가하는 고문앞에선 마침내 굴복하고 만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고자 왕족을 마포나루에 모이게 한 동량. 그에 의해 강화로 가는 배에서 수장(水葬)되는 왕족들…. 죄책감을 느낀 동량은 절을 지어주는 도편수가 돼 강화 전등사로 내려와 왕족들을 수장시키는데 도모한 ‘도치’와 술집 작부인 ‘들레’를 만난다는 게 대략의 줄거리다.
여기서 설화속 내용과 다른점이 있다. 설화속에서의 나부상은 도편수의 돈을 갖고 도망친 술집 작부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처 ? 자식을 새겨 넣었다. 수장된 왕족들에 대한 속죄의 차원이다.
뮤지컬 감상의 재미는 뭐니뭐니 해도 생동감 넘치는 안무와 박진감이 더해진 음악이 관건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풍경소리 이종만 실장이 우봉규 작가의 노랫말에 맞춰 ‘내땅 강화’ ‘도치의 노래’ ‘전등사의 노래’ 등 18곡을 만들었다. 특히 이 실장은 시대극의 잔 재미를 더하기 위해 ‘감축드리옵니다’와 같은 신명나는 타령조의 음악도 과감히 삽입했다. 화려한 스텝진 못지 않게 출연배우들도 쟁쟁하다. ‘불좀 꺼주세요’로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왕동량역의 최정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화려한 율동을 보여 주었던 들레역의 임은혜 등이 물오른 연기력을 과시한다. (02)762-8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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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채봉씨의 동화 ‘오세암’이 이번엔 뮤지컬로 제작된다. 뮤지컬 전문극단 ‘예일’(대표 이광열)이 무대에 올리는 ‘오세암’ 역시 원작에 충실한 설악산 작은 암자에 전해 내려오는 다섯 살배기 아이 길손이의 설화가 기본 줄거리다. 원작은 지난 83년 초판이 발간된 이래 20년이 넘게 재발행을 거듭하며 10만부 이상 팔렸고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제작진이 이번 뮤지컬에 바친 열정은 남다르다. 우선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뮤지컬의 무대가 된 ‘오세암’을 현장 답사했다. 상황설정에 몰입하기 위해서다. 또 그동안 여러 장르를 통해 제작된 바 있어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극중에 타악 라이브 24곡을 가미했다. 그래서 전문 성악가인 홍성숙씨를 비롯해 단국대 뮤지컬과 3년 최윤정씨 등 가창력 있는 배우들을 대거 영입했다. 산사를 배경으로 한 무대에서 국악 난타와 아리아 공연이 펼쳐지는 것을 연상하면 웃음과 흥이 절로 날 것 같다.
그만큼 이번 뮤지컬은 배경은 불교적이지만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뮤지컬’ 형식으로 기획됐다.
연출가 이광열씨는 “수십만 독자를 맑은 동심의 세계, 가슴 속에 묻어뒀던 순수의 세계로 초대했던 ‘오세암’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다시한번 꿈과 희망을 안겨 줄 수 있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며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설악산과 사찰 오세암 등 산사의 풍경은 3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여 현실감 있게 꾸몄다”고 말했다.
귀 뿐만 아니라 눈이 즐거운 이유는 스케일이 큰 무대장치 덕분이다. 오세암의 전경과 대규모의 탱화를 무대에 등장시켰다. 특히 양식을 구하러간 오세암에 혼자 남겨진 길손이가 탱화를 엄마라고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내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3월 19일부터 31일까지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에서 공연된다. (02)55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