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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끽다거 화두, 귀종 선사가 처음 사용”-종합
혜봉 스님, 한국선문화학회서 발표
선다일미(禪茶一味)의 연원이 된 ‘차나 한 잔 들게’란 뜻의 화두 ‘끽다거(喫茶去)’. 조주 종심(778~897) 선사의 공안(公案)으로 널리 알려진 이 ‘끽다거’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 마조 도일(709~788) 선사의 제자 귀종 지상 선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혜봉 스님(지족암 주지)은 3월 6일 서울 사회복지법인 승가원에서 열린 한국선문화학회(회장 김용정) ‘제4회 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한 논문 ‘끽다거 화두의 전개양상에 관한 연구’에서 <선문염송>에 나오는 ‘단사(斷蛇)’라는 화두를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 ‘단사’에는 “귀종 지상 선사가 강사(講師) 스님에게 ‘좌주여! 다실에 가서 차나 마셔라(座主歸茶堂內喫茶去)’고 말했다”는 대목이 남아 있는 것이다.

혜봉 스님은 “귀종 지상 선사의 생몰연대는 미상이지만 당대(唐代)의 스님으로, 그의 설법과 선승들과의 상량어구(商量語句)가 수록된 <경덕전등록>을 근거로 법맥을 따져본다면 조주 스님의 사숙이 된다”며 “더구나 조주 스님의 끽다거 화두가 그의 세수 80세 이후에 행해진 점을 감안한다면, ‘끽다거’란 어휘를 화두 속에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귀종 스님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나라 목주 도명 스님이 조주 스님의 끽다거 화두를 ‘차 마시는 일’로만 이해한 제자를 경책하는 <선문염송>의 ‘끽다’ 화두를 소개하며 “끽다거 화두는 단순히 차를 마시라는 뜻이나 일시적 방편이 아니라, 스스로 차를 마셔야 그 맛을 알 수 있듯이 차를 마시고 정신을 차려 자신을 성찰하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회에서 스님은 ‘끽다거’란 구절이 포함된 화두가 수록되어 있는 <조당집>을 비롯한 <경덕전등록>, <선문염송>, <조주록>, <설복록>, <법안록>, <양기록> 등 7종의 선어록집에서 23명의 선승이 제시한 27편의 ‘끽다거’ 화두를 발췌, 공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차인들이나 불자들이 ‘끽다거’란 말은 많이 사용해 왔지만 그 정확한 연원이나 전개양상은 연구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스님은 “이번 연구를 통해 끽다거가 단순한 화두를 넘어 수행자의 본분을 깨우치는 가르침으로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03-05 오전 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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