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1급청에서 차관급청으로 승격됐다.
국회는 3월 2일 본회의를 열고 ‘문화재청에 정무직 청장과 별정직 국가 공무원 차장 각 1인을 둔다’(제35조 4항)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중 개정법률안’ 통과시켰다. 이날 표결은 재적인원 158명 가운데 찬성 156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불교문화재를 비롯한 문화유산 보존 관리가 보다 힘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의 차관청 승격은 조계종의 전폭적인 지원, 여야 국회의원의 합의, 문화재 전문가들의 지지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 포함으로 이미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위기를 겪으며 1년여 만에 승격이 결정돼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여론이다.
그동안 조계종은 지난해 4월 법장스님이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하는 등 문화재청 승격을 꾸준히 ‘지원사격’ 해왔다. 문화재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불교문화재를 종단이 자체 관리하기에는 예산이나 조직적인 면에서 한계가 있고, 문화재청이 현재와 같은 1급청 조직으로는 효율적인 불교문화재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문화재청 차관청 승격으로 불교계는 불교문화재 보존을 위한 예산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불교계 일부에서는 불교문화재를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02년 사찰문화재 관리에 대한 세미나에서도 “불교문화재의 가치를 따져봤을 때, 크기는 작더라도 불교문화재를 전담할 부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적이 있다. 실제로 사찰 내 보수 공사를 할 경우, 현재 매장·건조물·동산 문화재로 구분된 문화재청 조직이 부분적으로 모두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문화재청 차관청 승격에 따라 기대되는 효과는 △관계 기관과의 협력 기능 강화 △행정 조직 확대·개편 △문화재 담당자의 전문성 강화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문화재청 청장은 문화재 보존 업무와 관련해 시·도 지사를 지휘·감독하고, 환경부·건설교통부·기획예산처 등 상급기관과의 빈번한 업무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1급청의 위상으로는 과거 임명직 당시 차관급이었던 시·도 지사나 상급기관 관계자와 긴밀한 업무협조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 차관청 승격으로 이 같은 관계 기관과의 업무 협조가 한층 수월해 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기대 효과는 문화재청의 제 기능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행정 조직의 확대·개편이다. 문화재청은 1급청 승격(1999년), 2과 증설(2002년), 1국 3과 증설(2003년) 등이 이어진 결과 3국 12과 조직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이 조직만으로는 1만여 건 수십만 점에 이르는 지정문화재만 관리하기도 버거워, 5만여 건의 불교문화재나 수백만 점의 비지정문화재를 총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문화재 보존관리 총괄 기관’이라는 문화재청의 목적과 기능에 충실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조직 체계의 확대·개편과 함께 학예직 증설 등 문화재 담당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될 수 있다. 그동안 문화재 전문가들은 행정직 중심의 문화재청 인적 구성의 문제점을 누누이 지적해왔다. 문화재 보존관리를 총괄하는 기관이지만 전문 학예직 부족으로 집행 기능 위주로 조직이 운영돼, 문화재 보존을 위한 ‘감수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문화재청 차관청 승격은 문화유산 보존·관리를 강화할 교두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관계전문가들은 문화재청이 ‘껍데기만 차관청’이 되지 않도록 내실을 기하라고 충고한다. 차관청 승격에 따른 인력 확보, 기구 확충, 고급 정책 생산, 예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문화재보존기금 마련, 문화재연구소 위상 향상도 꾸준히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