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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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6인이 푼 ‘마음’의 정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 ‘불교에서는 마음공부가 가장 중요하다’ 는 말과 같이 인간의 ‘마음’은 그동안 철학이나 문학, 예술, 종교의 영역에 두루 머물러 있었다. 또 우리 인간들은 매일매일 마음을 ‘쓰고’, 마음을 ‘주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고 있지만, 엄숙한 과학의 영역 안에서 ‘마음’은 아직까지 논리적으로 알아내지 못한 어떤 ‘현상’으로 치부돼 왔다. 그러면 과연 ‘마음’이란 정체를 과학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서양철학에서 볼때 흔히 ‘마음’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정리한 이는 바로 17세기 초 철학자인 르네 데카르트다. 그 이전의 철학자들이 ‘마음’ 대신에 영혼과 이성, 지성 등의 개념으로 세계와 세계 속에서 인간이 맡은 역할을 설명하려 했던데서 벗어난 것이다.

인지심리학자인 카렌 N. 샤노어 등 의학·과학 분야의 전문가 6인이 쓴 <마음을 과학한다>는 그동안 미개척 영역으로 남아 있던 ‘마음’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술서라기 보다는 기존의 사고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흥미진진한 강의들을 묶은 것이다. 지은이들은 이 책에서 다중인격, 의식상태, 최면, 꿈, 마음과 몸의 긴밀한 대화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영적인 본성과 조화를 이루는 과학이 과거의 기술에 의존했던 과학이 이뤄낸 것보다 인간의 행복에 더 큰 기여를 한다고 강조한다.

뇌를 연구하는 학자인 카렌 N. 샤노어는 인간의 마음이 두뇌와는 별개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물질과 정신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양자역학적 차원에서 인간의 두뇌를 바라보면 ‘마음’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원제가 바로 ‘The Emerging Mind(마음의 출현)’ 인 이유도 두뇌의 작용속에서 우리의 마음이 출현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샤노어는 인간이 최면에 걸리더라도 모든 상황을 알고 있으며, 종양 제거수술로 한쪽 시야를 잃은 환자에게 맹시(盲視·blindsight)의 예를 들어 마음 속에 숨은 관찰자의 역할이 있다고 주장한다. 로봇 태권브이와 같이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만들어 지더라도 관찰자의 역할까지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양자역학과 인도의 고대 경전인 베다를 결합시킴으로써 인간을 새롭게 보려고 하는 심신의학자 초프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정한 당신’은 똑같은 뼈와 살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호흡이라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우리는 엄청난 양의 원자를 들이마시고 내뱉기 때문에 우리의 물리적 몸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간디, 예수, 사담 후세인 등의 몸을 구성했던 원자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초프라는 “베다를 인용해 우리의 몸이 우리의 기억과 꿈이 머무는 집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신병리학자인 프랑크 퍼트넘이 마음의 형성과정을 강의한 이 책의 2장은 가장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부분. 그는 어린이들이 공상에 빠져들거나 창의성을 보여주는 것을 세타파(波)라는 뇌파로 설명한다. 어른들이 잠에 들기 직전의 단계에 집중적으로 나오는 세타파가 어린이들에게는 낮에 풍부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어린이들은 낮에도 어른들이 잠에 빠져들 때의 의식과 유사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 멀쩡히 깨어 있을 때보다는 잠결에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는 경험을 한 사람들도 바로 이 세타파 상태에서 풍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두뇌에 대한 과학적 탐구에서 시작한 이들의 ‘마음’ 연구는 점차 어떤 신비스러운 힘을 추구하는 과정이 된다.

요컨대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마음’은 명사(名詞)이지만 ‘동사(動詞)’여야 더 마땅하다는 것이다.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 우리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 진진한 과학적 사례가 실려 있어 시종일관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이 책은 요즘 심신의 조화를 꾀하고자 하는 ‘웰빙족’이라면 한번 읽어봄직하다. 범람하는 ‘웰빙’의 홍수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책속의 밑줄긋기

▲“마음은 오늘날 우리 일상생활의 수 체계인 십진법을 만들었으며, 또한 이진법적 관점으로 컴퓨터 디지털 문명을 창조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마음은 역동적이며, 또한 창의적인 실체다.”

▲“마음과 우주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됨에 따라 우리는 퍼즐의 조각들을 맞춰왔고, 탁자 위에 평면적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지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조각들을 맞추어놓자 부분들의 합보다 훨씬 더 웅대하고 복잡하며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도 장엄한, 우아한 3차원 (또는 심지어 4차원) 형상이 드러났다.”

▲“고대 인도 베다의 패러다임에 따르면, 우리의 물리적인 몸은 단지 우리의 기억과 꿈이 머무는 집이라고 부르는 장소일 뿐이다. 아마도 우리는 지금 말과 기수를 혼동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우리가 ‘타고’있는 분자들이 ‘본질적인 사람’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고, ‘본질적인 사람’이 그 분자들을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을 과학한다
카렌 N. 샤노어외 지음/변경옥 옮김
나무심는사람
1만2천원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4-03-02 오전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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