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 문화 > 학술·문화재
‘핏줄’ 만큼 진한 문화재 사랑
한국불교미술박물관 권대성 관장 3부자. 사진=고영배 기자
서울 창덕궁 옆길을 따라 조금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통일신라시대 양식의 3층 석탑이 마당에 우뚝 서 있는 하얀색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안에는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부도(浮屠)도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돌탑들이 족히 10개는 돼 보인다. 얼핏보면 도심포교당으로 보이지만 여기가 바로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이다. 현재 이곳에선 6월 30일까지 ICOM서울 총회 개최 및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인 ‘중생의 염원’이 열리고 있다.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전시물외에 이 박물관에는 화제가 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박물관 사람들이다. 권대성(63)관장의 3부자가 한지붕에서 머리를 맞대고 불교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다. 권관장은 34년동안 불상, 불화, 도자기, 탑 등 3천여점의 불교 미술품을 수집했다. 개인재산은 물론 종중의 재산까지도 모두 문화재 구입에 쏟아 부었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2002년 박사학위를 딴 장남 도균(40)씨는 박물관 옆 부속건물인 인도티베트불전연구소장으로 산스크리트어본 티베트 불경인 <금강정경>을 영역(英譯)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 일본 요코하마에서 MBA학위를 받은 차남 형돈(36)씨는 박물관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사무국장이다.
아버지가 일(?)을 벌렸고 두 아들이 실무를 뒷받침하고 있는 처지다. 살림집 마저도 아버지는 박물관내에 두 아들은 인근에 둘 만큼 가정과 직장 생활의 ‘공조체제’가 확실하다.

박물관에서 맡은 일들은 서로 달랐지만 권씨 3부자는 이구동성으로 합창한다. “우수한 불교문화를 한 번이라도 보고간다면 누구든지 불교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겁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부모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불교문화재를 소중히 지키겠습니다.”

# 존경스런 관장님

권관장이 1970년 서울 미도파백화점에서 열린 전국사찰판화전에서 ‘금선묘아미타삼존도(金線描阿彌陀三尊圖)’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반해 당시로는 거금인 30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이 불교문화재 수집 계기다.

“눈부시게 아름다워 항상 머리맡에 걸어두고 잠자리에서 일어날때나 잠들기전에 불화를 보며 합장과 기도를 드렸지요.” 이후 71년에는 조계종 총무원 주최로 열린 전국불교미술전에 가서 ‘사자좌 문수보살도’를 구입했다. 이 불화는 권관장이 현재까지 집무실에 걸어 둘 정도로 애착을 보이는 소장품이다.

이렇게 하나둘씩 수집된 문화재들이 모여 규모가 커지자 권관장은 93년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을 처음 열었다. 하지만 운영상 어려움이 많았고 시설이 협소해 1주일에 두 번밖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고심끝에 지난해 12월 건물을 확장하고 재정비해 다시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문화재의 미적 아름다움에 빠져 수집했지만 나중에는 사명감이 생기더군요. 경매장에 가면 외국인들이 우리 불교문화재에 눈독을 들여요. 가치가 뛰어난 문화재가 갑자기 나타날때는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빚도 많이 졌습니다. 가족들에겐 늘 미안하지요. 만사가 다 그렇겠지만 특히 문화재 수집은 미치지 않고선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수월관음도’는 석달을 쫓아다녀 고미술상에게서 구입하기도 했다. 현재 3천여점의 유물중 국가 지정 문화재로는 보물 제 1204호 의겸등필수월관음도(義謙等筆水月觀音圖)와 보물 제1210호 청량산괘불탱(淸凉山掛佛幀)이 있고, 서울시 지정문화재로는 제123호 아미타삼존괘불탱(阿彌陀三尊掛佛幀)이 소장돼 있다. 박물관은 내년 4월에 더 확장된다. 오래전에 구입한 서울 창신동 안양암에 살아있는 사찰 박물관을 꾸밀 생각으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일종의 별관인 셈이다.

# 장남 권도균 인-티베트 불전 연구 소장

학구파여서 인지 말수가 적은 권 소장을 먼저 만났다. “어려서부터 관장님(두 아들다 아버지를 관장님이라 불렀다)은 저희들에게 주입을 시키셨어요. 저는 공부를 계속해 종교지도자가 동생은 사업가가 되라고 하셨지요. 관장님이 시켜서 한건 아니지만 동국대와 런던대에서 불교공부를 꾸준히 해 온 것은 큰 보람으로 생각됩니다. 8월중에 <금강정경>의 영역작업이 끝나면 곧바로 한글번역본도 펴낼 계획입니다. ”

# 차남 권형돈 사무국장

“관장님은 자식들보다 문화재를 더 챙기는 분입니다. 자식들에게는 평생 엄격하셨어도 유물들에게는 항상 부드러우셨지요.” 일본 유학 후 잘나가던 대기업에서 근무 하다가 권관장의 엄명으로 5년전 잡혀(?) 왔다는 형돈씨는 “유물을 나르고 박스를 포장하고 박물관의 수익창출과 홍보를 위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그 마당을 관장님이 펼쳐 놓았기 때문에 자식된 도리로서 가업을 이어가는 것은 당연한 사명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4-03-02 오전 10:22: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8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