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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생명공학은 뛰어 가고 있지만 불교의 대응은 황소걸음이다. 일부 불교잡지가 특집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산발적인 세미나도 있었지만 생명공학에 대한 불교적 관점에서의 해석은 여전히 선명하지 못하다. 이에 따라 복제 문제 등 생명공학에 대한 불교 교리적·윤리적 측면에서의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황우석·문신용 교수의 배아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추출은 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뛰어난 성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이 “윤회사상이 연구의 배경”이라거나 “복제는 윤회에 대한 또 다른 사고방식”이라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교적 측면에서는 이론도 적지 않다.
호진 스님(前 동국대 교수), 김용정 박사(동국대 명예교수), 김성철 교수(동국대 불교학),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학)는 황우석·문신용 교수의 이런 견해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밝히면서 공통적으로 “지금 복제 등의 문제에 대한 불교 교리적 관점을 명확히 정립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이 문제에 대한 불교의 관점이 설득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특히 “복제문제에 대한 명확한 논리를 갖춰야만 불교 교리나 사상이 왜곡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시대상황에 맞는 해석을 내놓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공학으로 위협받고 있는 것은 불교뿐만 아니다. 창조론에 입각한 기독교계에서는 인간의 의도에 따라 조작되고 생산되는 복제를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위험한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대응에 있어서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가톨릭의 경우 전 교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교회의 차원에서 생명윤리위원회를 두고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고, 각 교구에도 담당자를 두고 신도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다.
원불교는 5년여 전부터 최고의결기구인 ‘수위단회’ 산하에 연구단체를 두고 전문가들을 연구위원으로 위촉해 생명공학에 대한 교리적 해석과 사회에 끼칠 영향력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고, 개신교는 NGO 단체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가톨릭 서울대교구 홍보실 이인화 수녀는 “복제문제는 현대사회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며, 신도들도 이에 대한 교리적 이해가 있어야만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종교가 이런 연구에 나서고 있는 것은 생명공학에서 파생되는 생명관과 윤리가치의 변화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할 경우 종교로서의 기능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는 판단 때문이다.
호진 스님은 “생명 창조 문제, 윤리 문제 등의 인생 전반에 대해 새로운 답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점점 거세질 것이며, 그렇지 못한 종교는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불교학자와 불자 과학자들은 특히, “복제 문제와 관련해 윤회이론이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며, 업 사상이나 수행과도 연결되는 문제인 만큼 다각적인 연구와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미산 스님은 “지난해 발족한 불교생명윤리연구소를 종단 차원에서 지원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며 “앞으로 체계적으로 연구해 책자도 발간하고 신도교육에도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