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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茶禮)’에 차를 올리나요?
명절 차례상에 차 올리는 종갓집들
우리차문화원 이연자 원장은 “가족이 함께 차를 우려 차례상에 올림으로써 제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박재완 기자
해마다 설, 추석이면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차례(茶禮)를 지낸다. 그러나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 중에 정작 차는 빠져있다. 조선 중기의 대표적 예서인 <가례집람>에는 설, 추석 차례상에 술 한 잔과 차 한 잔, 과일 한 접시를 올리는 그림이 남아 있는데, 지금의 차례상에 는 왜 차가 사라진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 종가를 찾아 나선 우리차문화원 이연자(60) 원장. 지난 1999년부터 5년 동안 55여 종가를 찾은 그는 최근 펴낸 <명문종가 이야기>에서 차를 올리는 종가의 제래 풍경을 담아냈다.

“그동안 많은 종가를 찾아다녔지만 차를 올리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가례>를 지었던 신안 주씨 주희(朱熹, 1130~1200)의 한국 후손이 설 차례는 물론 추석과 기제사에까지 차를 올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제야 ‘차례’가 제자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물론 당장 울진에 있는 경안 종가를 찾아 제례 모습을 확인했죠.”

선산 유씨 문절공 유희춘 종가에서는 시제 순서에 기록된 철갱봉다(撤羹捧茶)의 순서대로 국을 내리고 차를 올린다. 사진제공=박태신
하지만 신안 주씨 종가에서 처음부터 차를 올렸던 것은 아니다. 2년 전 이 원장이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제례에 차대신 숭늉이 올려졌다. 조선 말 잦은 변란으로 차를 구하기 어려워 차 대신 물을 올린 것이 선례가 되어 그렇게 전해 왔으나, 요즘은 차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문중 회의를 거쳐 차를 올리기로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조선 중기 <미암일기>(보물 260호)를 쓴 유희춘(柳希春, 1513~1577) 종가도 가을 시제(時祭)에 차를 올리고 있었다. 그동안 끊어졌던 헌다례의 맥을 잇게 된 것은 유원적 종회장의 권유 덕분이었다. 담양 지역은 차가 생산되는 곳이기도 하고 <미암일기>에는 부인과 함께 차를 즐겼다는 기록을 들어 문중어른들을 설득시킨 것이다.

“수대에 걸쳐 내려오던 종가의 제례 관습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차를 올리지 않는 종가의 어른들께 차를 올려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제사 순서를 적은 홀기(笏記)에 ‘국을 내리고 차를 올리라’는 ‘진다(進茶)’, ‘헌다(獻茶)’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문중 회의 등을 거쳐야 하므로 실제 차를 올리기까지는 몇 달 또는 몇 년의 세월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이 원장은 종가의 차례상에 차를 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일반 가정에서도 이를 실천해 볼 것을 권한다. 어려운 것 아니라 밥과 국을 올린 후 숭늉이나 물을 올리는 대신에 차 한 잔을 올리면 되기 때문이다.

“연간 차 생산량이 1천톤에 달하는 요즘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상의 차례상에 차를 올릴 수 있습니다. 또 차를 올리게 되면 적(炙)과 전(煎) 등의 술안주를 적게 장만해도 되고 아이들과 함께 음복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정성스레 우린 차례 제상에 올린 차는 제사가 끝난 후 노종부와 차종부가 음복한다.
그렇다면 기록에 따른다는 것 외에 차를 올리는 의의는 무엇일까?
“우리 차 문화는 중국과 일본과는 달리 의례물의 성격이 강합니다. 차례에 차를 올림으로써 우리 차의 정신과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의의가 있지요. 설, 추석 때 만이라도 가족이 함께 정성껏 차를 우려 조상에 올림으로써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제사의 소중함을 일깨울 수 있을 것입니다.”
2004-02-27 오전 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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