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농아인들이 동병상련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불우 농아인 돕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부산농아불자회(회장 이혜자.62)와 심여회(회장 김해순)가 마련하는 하루찻집은 농아 불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뜻을 모아 준비하는 공연도 곁들이고 있어 의미를 더한다. 3월 14일 부산 범어사 입구 산머루 전통찻집에서 열리는 '불우청각 장애우 돕기 일일 찻집'은 농아들을 위해 수화로 법회를 열고 있는 도원 스님의 바램이 담긴 행사이기도 하다.
해운대의 어느 사찰에서 법문을 들을 수 없어 눈물을 흘리는 보살을 만나고부터 농아인 포교를 발원했다는 도원 스님은 매주 1,3주 일요일마다 범어사 내원암에서 농아인을 위한 법회를 열고 있다. 또한 부산불교교육대학 수화반 졸업생, 재학생을 비롯 수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심여회는 매 법회마다 수화통역, 안내 등을 맡으며 법회를 돕고 있다.
도원 스님은 "부처님 법을 한마디라도 전할 수 있길 발원하며 법회를 열어 왔는데 농아 불자들이 하루찻집을 열어 자신들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자리를 연다고 하니 너무 대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하는 농아 불자들의 깊은 신심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은 하루찻집의 프로그램. 이날의 하루찻집은 그냥 차만 마시는 찻집과는 확연히 다르다. 12시, 3시, 6시 세차례 부산농아불자회와 심여회 회원들이 펼치는 다양한 수화 노래공연과 심여회 회원들의 자녀와 농아 불자들의 자녀가 함께 꾸미는 수화 노래 공연도 마련돼 화제를 모은다. 이날 공연을 위해 정희선 어린이 외 7명은 농아인 법회가 열리는 매주 일요일마다 범어사 내원암을 찾아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수화로 노래를 배우는 재미에 쏘옥 빠진 아이들은 14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의 공연과 함께 또 눈길을 끄는 공연은 농아인 엄마와 정상인 딸이 함께 하는 수화 노래. 임희규 농아 불자와 딸 수진이는 무대에 나란히 올라 수화로 노래를 보여준다. 이날의 공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종교를 초월한 수화 봉사팀인 손말나눔터 봉사팀의 수화공연, 심여회 보리자 보살의 반야심경 가야금 연주, 꽁트 등 다채로운 공연이 열린다.
부산농아불자회 회장 이혜자 보살은 "어려운 농아인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냈다"며 "농아인들이 직접 준비하는 하루찻집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농아인은 물론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원 스님과 심여회와 부산농아불자회는 하루찻집 수익금을 부산농안협회의 추천을 받은 불우 농아인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하루찻집을 시작으로 하루찻집을 연례 행사로 열어 어려운 농아인들에게 장학금이나 생계비를 지원할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매년 한차례 수화찬불가 보급을 위한 수화찬불가 공연을 준비중이며 향후 농아인들을 위한 법당 마련을 발원하고 있다.
도원 스님은 "농아인들을 위해 법회를 열고 있는 곳이 전국에서 3곳 뿐일 정도"라며 "많은 분들이 하루찻집에 함께 하셔서 더 많은 농아인들이 불법에 인연이 닿게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