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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학원이 1월 28일 산하 4개 중ㆍ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사상 초유의 61명 전보 발령을 내린 것에 대해 ‘본인 동의 없는 부당 전보’라며 반발, 2월 5일부터 동국대 본관 앞에서 ‘부당전보 철회를 위한 집회’를 해온 교사 20여 명은 24일 새벽 1시부터 조계사에 천막을 치고 단식 및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 교사들은 “재단이 계속 교사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동국학원을 세운 조계종에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간다”며 “학사행정 파행을 일으키는 부당전보를 철회하고 지금이라도 본인 의사를 물어 희망교사만 전보 발령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법인 동국학원 측은 “이사회 결의를 거친 적법한 인사이기 때문에 철회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평행선을 긋고 있다.
이들 교사들이 단식 농성에까지 이르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이번 인사가 “교육현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보발령 대상자 61명 중 중-고등학교 간 이동(급간 이동)이 75%에 해당하는 46명에 이르는 것이 대표적으로 드는 예다.
동국학원 부당 전보 철회를 위한 공동 대책위원회 이정구 교사(동대부중)는 “20년 가까이 고등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고 정년을 2년 앞둔 교사에게 중학교에서 일반사회, 세계사, 지리, 국사를 모두 가르치라거나 25년 넘게 고등학교에서 입시 위주의 화학 한 과목만을 가르친 교사에게 아무런 준비 기간도 없이 중학교에 가서 물리 화학 지구과학을 가르치라는 것은 교육 여건을 무시한 인사 조치”라며 “이동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본인 의사를 물어 당장 가능한 사람은 옮기게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1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달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어 “전보 61명과 신임교사 20명 등을 포함해 새학기부터 학교마다 절반 정도의 교사가 바뀌는 셈인데 학사 일정에도 당연히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동국학원은 이번 전보 발령이 이사회 결의를 거쳐 단행된 것이기 때문에 철회란 있을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교사-이사장 면담시 이사장 현해 스님은 “내년에는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하면서도 일단 “이번에는 수용해라.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인 사무처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까지 내린 인사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다만 해당 교사들의 지적을 세부적으로 파악해 내년 인사부터는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장기 근무에 따른 침체를 방지하고 보다 능동적 적극적으로 학교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일정기간 이상 한 학교에 근무한 교사들은 다른 학교로 이동시킨다는 것이 인사의 큰 틀”이라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산하 학교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계사 단식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들은 “재단은 3월 신학기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개학 후에도 전보 발령난 학교로 가지 않고 이전 학교에 남아 부당철회를 요구하겠다는 교사들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밝혀 대량 전보 발령을 둘러싼 진통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